[건강]“옆구리 콕콕 쑤시면 간 이상신호”

  • 입력 2005년 4월 3일 1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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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에 이상이 생기면 얼굴보다 다리가 먼저 붓는다. 따라서 얼굴이 부었다고 신장이상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신장에 이상이 생기면 얼굴보다 다리가 먼저 붓는다. 따라서 얼굴이 부었다고 신장이상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간, 심장, 위, 콩팥…. 장기(臟器)는 ‘아프면’ 이상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우리는 눈치 채지 못한다. 물론 한두 가지 신체 증상만으로 병을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장기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세밀히 관찰하면 어느 정도 병을 미리 발견할 수도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 했다. 다른 환자의 경험담을 통해 내 몸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 배 아프면 모두 위장병?

2주 전 길을 걷던 57세의 A 씨. 갑자기 심한 복통이 찾아왔다. A 씨는 “위장에 펑크 났나보다”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응급실을 찾았다.

진단 결과 얼굴과 목의 정맥이 부어 있었다. 의사는 순환장애로 보고 위내시경 대신 응급 심전도 검사를 실시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급성심근경색이 복통의 원인이었던 것. A 씨는 급히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급성복통은 폐, 간, 심장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이 나타난다면 이런 장기의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그러나 빈속일 때 복통이 나타났다가 음식 또는 물을 먹은 뒤 사라졌다면 위장질환일 가능성이 크다. 음식이 위산을 중화시켜 통증을 완화한 것.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면 주로 명치 끝에서 식도 쪽으로 쓰린 듯 아프다. 가슴이 답답할 수도 있다. 이때는 물만 마셔도 통증이 누그러들 수 있다. 반면 위·십이지장 궤양이라면 복통은 주로 배가 고플 때만 나타나고 음식을 먹으면 사라진다.

반면 배의 아랫부분에 통증이 있고 동시에 변을 보는 횟수가 갑자기 늘었거나 변이 가늘어지는 등 배변 습관이 달라졌다면 대장질환일 확률이 높다.

○ 가슴통증, 심장이 안 좋아서?

30대 중반의 직장인 B 씨는 2년 넘게 가슴이 답답하다. 찌릿찌릿하거나 쿡쿡 쑤실 때도 있다. B 씨는 “혹시 폐와 심장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라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B 씨는 주변의 권유로 대형병원을 찾았다. 심전도와 운동부하 검사를 받았고 폐 컴퓨터단층촬영(CT)까지 했다. 그러나 병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는 “근육 손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슴통증은 근육 손상이나 위산 역류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슴통증은 동시에 심장질환의 중요한 전조 증상이기도 하다. 따라서 통증의 양상을 잘 살펴야 한다.

43세 된 입사 10년차 대기업 과장 C 씨 사례. 얼마 전 등산 도중 갑자기 가슴이 뻐근하고 숨이 찼다. 다행히 통증은 금방 사라졌지만 다음 날 등산길에 결국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갑자기 몸에서 힘이 빠지고 정신을 잃은 것. 협심증이었다.

C 씨처럼 평소에는 아프지 않다가 계단이나 산을 오를 때 가슴통증이 나타나면 심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보통 심근경색일 때는 30분 이상 극심한 흉통이 지속되지만 협심증 단계에서는 2∼5분 통증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 허리 아프면 콩팥질환 가능성

30대 중반의 직장인 D 씨는 얼마 전 갑자기 오른쪽 옆구리가 콕콕 쑤시듯 아팠다. 처음에는 근육통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 파스를 붙일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병원을 찾았다.

뜻밖의 진단. 의사는 “간이 부었다”고 말했다. 평소 술을 많이 마신 탓이라고 했다. 의사는 “술을 해독하지 못해 간이 부으면서 주변의 뼈와 근육을 압박했기 때문에 그런 증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D 씨가 스스로 근육통이라고 진단한 뒤 파스를 붙였다면 어땠을까. 일주일 정도면 간은 원래의 크기로 줄었을 테고 십중팔구 D 씨는 “근육통이 사라졌다”고 여겼을 것이다. 다시 폭음을 하고 간은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망가졌을 것이다.

콩팥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허리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우신염에 걸렸을 때는 대부분 허리 통증을 동반한다. 비장이 부었을 때도 왼쪽 허리가 아프다.

허리 주변 통증은 이처럼 몸 안의 장기가 비대해졌을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격하게 운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허리가 아프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 소화불량은 모든 병의 징후

35세 된 E 씨는 얼마 전 갑자기 입맛이 사라졌다. 쉽게 피로해지고 오른쪽 윗배의 답답한 느낌도 평소보다 강해졌다. 의사는 ‘지방간’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60세 된 F 씨는 최근 다리가 붓고 소화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한번도 병으로 몸져 누운 적이 없는 건강체질이었다. 위 내시경검사 위염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그러나 위염 치료를 해도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평소 매일 소주 2병 정도를 마셔왔던 터. 혹시나 해서 간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간경화증이 발견됐다.

소화불량의 원인이 심장질환인 때도 있다. 40대 후반의 G 씨가 그런 경우다.

G 씨는 최근 들어 소화가 잘 안됐고 구토 증상이 심해졌다. 병원에서 협심증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G 씨처럼 심장질환자의 10% 정도는 가슴통증 없이 소화불량, 구토 증세가 나타난다.

(도움말=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안상훈 교수,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명규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 신장내과 박수길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트림 많아지면 위궤양-자꾸 구부리면 췌장염▼

이런 경우는 어떨까.

평소 그렇지 않았는데 갑자기 트림이 많아졌다. 특히 자꾸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소화불량 증세는 별로 없는데 구토를 할 때도 있다.

이렇다면 위궤양일 가능성이 높다. 위궤양에 걸리면 자꾸 음식을 찾는 습성이 생긴다. 그러다가 위가 음식으로 막힐 수 있다. 그러면 구토를 하게 되는 것이다.

평소와 다른 동작을 취하는 지도 살피면 병을 발견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령 췌장에 이상이 생기면 자꾸 몸을 구부리게 된다. 반면 복막염이 발생하면 다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아프기 때문에 자꾸 무릎을 구부려 배에 붙이는 동작을 취하게 된다. 또 맹장염 징후가 있다면 오른쪽 허벅지를 자신도 모르게 구부리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마다 얼굴이 부으면 콩팥의 이상신호로 해석한다.

의사들은 이에 대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수분과 염분은 늘 ‘흐르는’ 성질이 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얼굴이 붓는 것은 잠을 자는 동안 수분이 얼굴 주변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만약 콩팥질환이 있다면 먼저 다리가 붓고 이어서 얼굴이 붓는 경우가 많다.

또 콩팥질환은 다른 질환과 달리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많은 환자들이 콩팥질환이 생기기 전에 2주 정도 감기 증상을 보인다. 만약 감기 증상을 보이면서 소변에 피가 섞이거나 거품이 많다면 콩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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