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30분 수다떨면 질병원인 보여요”

  • Array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만약 회사 내에 주치의가 있다면…. 일하다가 아플 때 회사 밖의 의원을 찾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접수시킨 뒤 한참 기다렸다가 겨우 5분밖에 진찰받지 못하는 일도 사라지지 않을까. 네이버 직원들은 최근 주치의를 갖게 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NHN 본사 건물 16층에 지난달 22일 문을 연 ‘제너럴닥터@NHN’은 네이버와 계열사 직원을 위한 작은 병원이다. 8일 찾은 이곳의 풍경은 일반 병원과는 사뭇 달랐다. 진료실엔 작은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고 환자용 의자는 쿠션 좋은 소파다. 담요도 비치돼 있다. 의사나 간호사는 흰 가운 대신 평상복을 입었다. 간접조명으로 은은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났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정혜진 원장(32·사진)을 만났다.》
■ NHN 본사에 병원차린 ‘제너럴닥터’ 정혜진 원장


―제너럴닥터를 NHN에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우연히 서울 홍익대 앞 ‘제너럴닥터’ 1호점에 갔다가 ‘이렇게 즐겁고 친밀하게 진찰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만난 김승범 원장(33)이 같이 일해 보자고 했다. NHN 소셜네트워크인 미투데이(Me Today)를 사용하면서 NHN 대표와 만날 기회를 얻었다. 이때 사내 주치의가 있으면 직원 건강관리와 복지에 도움이 된다고 설득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정 원장은 2005년 단국대 의대를 졸업하고 비뇨기과 전공의 3년차에 사표를 냈다. 김 원장은 2004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제너럴닥터라는 이름이 생소하다.

“환자들의 환경과 상황을 잘 이해하는 친구 같은 주치의라고 생각하면 된다. 같은 감기 환자라도 며칠 편히 쉴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어쩔 수 없이 계속 일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 또 약을 먹어야 하는데 상황에 따라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처지를 파악해 그에 맞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게 제너럴닥터의 장점이다.”

―진료는 어떻게 하나.

‘환자와 더욱 가깝게.’ NHN 본사에 들어선 제너럴닥터 진료실에서 정혜진 원장(오른쪽)이 환자와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진료를 하고 있다.편안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푹신한 소파를 환자용 의자로 삼고 조명도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했다. 사진 제공 NHN
‘환자와 더욱 가깝게.’ NHN 본사에 들어선 제너럴닥터 진료실에서 정혜진 원장(오른쪽)이 환자와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진료를 하고 있다.편안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푹신한 소파를 환자용 의자로 삼고 조명도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했다. 사진 제공 NHN
“100% 예약제로 운영한다. 환자가 오면 간호사가 사전 진찰(예진)을 한다. 이어 의사가 30분 이상을 상담한다. 만약 환자가 ‘두통’을 호소하면 왜 아픈지 직접 설명하도록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한 두통 환자가 직장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 탓에 병이 생겼다며 찾아왔다. 하지만 그가 최근 노트북을 산 뒤 영화를 자주 본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은 그 때문에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두통이 생긴 것이다. 영화 보는 걸 자제시켰더니 두통이 나았다. 다른 병원에 가면 신경성스트레스라고 끝낼 환자도 여기선 끝까지 대화하면서 여러 정보를 통해 원인을 찾아낸다. 단순 감기 환자라도 진료와 연계한 이야기를 충분히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남편과의 관계라든지 여자친구 이야기도 한다.”

이런 진료 환경은 환자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네이버 직원인 김현지 씨(27)는 “평소 병원에 가면 위축돼 아픈 증세를 제대도 표현도 못했는데 이곳엔 편안한 느낌이 들어 제 몸에 전반적으로 불편했던 점들을 다 이야기했다. 궁금했던 의학상식을 물어보기도 한다. 제 동료는 아예 질문 항목을 만들어 물어봤다”고 말했다.

―현재 건강보험제도 아래선 많은 환자를 봐야 수익이 나는데 한 환자를 오래 붙들고 있으면 어떻게 하나.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보는 환자가 16명 정도다. 초진 환자는 3600원, 재진은 2600원을 받는다. 보험 청구를 하면 한 달에 300만∼400만 원을 받는다. 의사와 간호사 인건비만 감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월 2500만 원은 돼야 적자를 안 본다. 부족한 액수는 NHN가 상당히 메워준다. 홍익대의 1호점은 카페 운영으로 병원비용을 번다.

―앞으로 제너럴닥터가 발전할 수 있을까.

“제너럴닥터는 환자와의 진정한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환자가 의사를 만나도 자신의 병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환자를 많이 봐야 돈을 벌 수 있는 행위별 수가제가 문제다. 1차 의료인인 제너럴닥터가 상담으로도 충분히 병원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와 환자 간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위한 실험을 할 예정이다. 제너럴닥터의 실험이 향후 10년 내에 인간적인 의사-환자 관계 형성을 일반화했으면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