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늘자 대학 정보보안학과 상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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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 커트라인 의예과 육박로펌도 전문가 거액 영입경쟁

서울의 한 과학고 3학년 정모 군에게 주위에선 모두 “의대로 가라”고 권했다. 작년이었다면 정 군도 의대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정 군은 정보보안을 다루는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에 원서를 냈다.

법무법인 광장은 세계적인 온라인쇼핑몰 이베이의 한국지사에서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로 3년간 근무한 박종섭 씨(40)를 8월 영입했다. 국내 대기업 임원급 대우를 훨씬 웃도는 파격적인 보상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앤장과 태평양 등 다른 로펌들도 정보보안 전문가 영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올해 들어 현대캐피탈과 농협, 싸이월드 등에서 사상 초유의 해킹 사태가 이어지면서 정보보안 분야로 향하는 젊은 인재들이 늘고 있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해당학과 전공자를 찾게 되면서 관련 일자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월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이 전면 시행되면서 로펌의 보안 전문가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정보보안 분야는 업무량이 많고 책임은 큰 데 비해 보상이 적어 대표적인 ‘기피 직종’으로 꼽혀 왔다.

10일 종로학원 등 입시 전문기관에 따르면 ‘2012년 정시모집 배치 참고표’에서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에 지원 가능한 점수는 고려대 의예과에 거의 근접할 것으로 예상됐다. 종로학원 송찬희 입시부장은 “사이버국방학과에 들어가려면 고려대 의예과 바로 다음으로 점수가 높아야 한다”며 “지방대 한의대나 서울 명문대 생명공학과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란 뜻”이라고 말했다. 그 덕분에 사이버국방학과의 수시모집 경쟁률도 11.65 대 1까지 올라갔다. 올해 초만 해도 전문가들의 예상 경쟁률은 5 대 1에서 8 대 1 수준이었다.

성균관대 정태명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예전에는 정보보안 관련 학과 졸업생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영세 소프트웨어 기업 정도였다”면서 “보안 관련 인재의 수요가 늘면서 앞으로 더 많은 똑똑한 학생이 관련 전공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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