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바일지갑시장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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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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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대면 카드 결제-포인트 적립-쿠폰 할인이 한번에…

다가오는 여름을 위해 반바지가 필요한 오사마 베디어 씨. 구글에서 ‘청 반바지, 너무 짧은 것 말고’라고 검색했다. 아메리칸이글 브랜드 20% 할인쿠폰이 나왔다. ‘지갑(wallet)’에 저장하기 버튼을 누르자 스마트폰에 쿠폰이 저장됐다.

들뜬 마음으로 아메리칸이글에 쇼핑하러 가는 길. 혹시 주변에 또 다른 할인혜택(오퍼)이 없나 스마트폰으로 찾아봤다. “앗, 서브웨이(샌드위치 전문점)에서 납작한 빵을 싸게 판다!” 하지만 산처럼 솟은 배를 보니 탄수화물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브웨이는 잊기로 했다.

청바지를 고른 베디어 씨는 곧장 계산대로 갔다. 카드 리더 가까이에 스마트폰을 살짝 갖다 댔다. 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 세 가지가 동시에 처리됐다. 카드 결제와 20% 할인쿠폰 적용, 그리고 멤버십카드 포인트 적립이 이뤄졌다. 곧이어 스마트폰에 영수증이 떴다.

2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구글의 기자간담회에서 오사마 베디어 구글 결제담당 부사장이 보여준 ‘구글월릿(Google Wallet)’ 서비스 시연 장면이다. 구글월릿은 스마트폰을 사용자의 ‘지갑’으로 만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구글은 이날 구글월릿으로 세계 모바일 결제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밝혔다. 올 8월경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과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스마트폰이 지갑이 된다

사실 베디어 부사장이 보여준 스마트폰 결제 장면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국내에서도 무선근거리통신(NFC)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신용카드처럼 쓴다는 구상은 꾸준히 나왔기 때문이다. NFC는 10cm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두 대의 휴대전화 또는 휴대전화와 다른 전자기기가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도록 돕는 기술이다.

하지만 구상이 현실이 되려면 통신사, 금융회사, 스마트폰 제조사, 결제시스템회사, 유통업체들이 합심을 해야 한다. 그동안 누가 중심이 될지 저울질하느라 시간만 흘렀다.

구글월릿이 주목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약 36%를 차지하는 구글을 중심으로 씨티은행, 마스터카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사업자들이 뭉쳤기 때문이다. 모바일 결제시장에 거대한 ‘구글 진영’이 생긴 셈이다.

씨티은행은 구글월릿에 신용카드를 장착했고, 마스터카드는 자사의 비접촉식 결제시스템인 페이패스와 구글월릿이 호환이 되도록 했다. 마스터카드의 결제시스템은 전 세계 31만 가맹점에 설치돼 있다. 구글월릿을 쓸 수 있는 ‘넥서스S 4G’는 삼성전자가 만들었다. 구글은 여기에 할인쿠폰 제공 서비스 ‘구글 오퍼스(Offers)’를 덧붙였다. 앞으로 신용카드뿐 아니라 항공권, 영화티켓, 신분증, 멤버십카드, 열쇠 등도 구글월릿에 담을 계획이다.

구글은 구글월릿의 결제 수수료에서 단 한 푼도 가져가지 않는다. 그 대신 맞춤형 광고 등에 활용할 소비자 정보만을 얻는다.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안드로이드 마켓을 공짜로 열어둔 것과 같은 이치다. 구글월릿의 문을 열어두면 새로운 글로벌 금융회사들과 유통회사, 항공사, 전자열쇠 회사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계 모바일 결제시장이 2014년까지 2450억 달러(약 265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스마트폰 지갑도 애플-구글 싸움 되나

이날 구글의 발표에 비자카드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자사 블로그를 통해 자신들은 이미 페이패스와 비슷한 ‘페이웨이브’로 모바일 결제시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외신들은 구글-마스터카드 연합에 맞서 ‘애플-비자카드의 제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애플도 향후 새로운 아이폰에 NFC 칩을 내장해 모바일 결제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사업자들은 구글과 애플이 NFC 시장마저도 양분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KT와 SK텔레콤도 NFC 전자지갑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특정 대형마트에서만 쓸 수 있는 등 제휴의 범위가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NFC 스마트폰을 읽을 수 있는 결제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다. KT에서 NFC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양현미 전무는 “글로벌 호환성이 가장 중요하기에 해외 통신사들과 연계해 글로벌 표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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