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의약]건강음료로 새 시장 만든다… 제약사, 경계없는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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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식음료 시장 진출

제약바이오 업계가 식음료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헬스케어 전문기업이라는 ‘주전공’을 살려 기존 식품회사보다 전문적이고 세분된 시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어느덧 식·음료 부문 매출이 의약품 부문 매출보다 높은 제약회사도 나왔다. 제약업계와 식품업계의 전통적 경계가 사실상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 약가 인하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리베이트 처벌 강화 등 이른바 3중고를 겪고 있는 제약업계가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 진출로 위기를 타개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신풍속도다.

헬스케어 노하우로 ‘건강기능식품’ 진출

제약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곳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2004년부터 8년간 건강기능식품 전체 시장은 연평균 24%(생산량 기준) 가까이 성장했다. 사람들이 ‘병을 얻기 전에 먼저 건강을 챙기자’는 인식이 널리 퍼진 데다 제약사가 가진 헬스케어의 노하우가 접목되면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홍삼으로 대표되던 건강식품 시장이 다변화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5월 건강기능식품 통합 브랜드 ‘트루스(Tru+h)’를 지난달 새롭게 선보였다. 이 브랜드는 비타민 영양제 4종, 홍삼 제품 3종, 은행잎 제품 2종 등 총 14종으로 구성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제약회사의 기술력과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최적화된 처방과 복합제품으로 연령·성별에 따른 맞춤 처방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동아제약도 갱년기 여성을 위한 건강기능식품 ‘동아 백수오’를 3월 출시했다. 백수오는 자양 강장 및 보혈 효과가 탁월해 인삼, 구기자와 함께 중국의 3대 명약으로 꼽힌다. 동의보감에도 부인병에 특효약으로 기록되어 있다. 여성은 갱년기가 되면 안면홍조나 얼굴 화끈거림, 불면증, 우울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최근 중년층 여성들의 건강과 외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백수오가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효과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LG생명과학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리튠은 이달 가족의 뼈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리튠 프로-본’을 출시했다. 100% 식물성 천연칼슘을 이용했다. 또 비타민D를 담아 칼슘 흡수율을 높였고 국내산 쌀에서 추출한 천연 마그네슘도 함유해 칼슘이 몸에 잘 흡수되도록 했다.

삼진제약도 건강기능식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삼진AHCC’는 버섯의 유효 성분이 들어있는 버섯균사체를 배양 추출한 면역증강 건강기능식품이다.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는 다당류 ‘글루칸(glucan)’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인체 면역력을 높이고 영양을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또 성장·항균인자가 풍부한 천연 초유가 함유돼 면역력 증강에 상승작용을 기대할 수 있다. 삼진제약의 오메가3 제품인 ‘오엠지-3’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독약품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네이처셋도 4월 주력 제품 ‘홍오메가3’를 업그레이드해 ‘홍오메가XO’와 뷰티라인 ‘네이처셋 프레이야 3종’을 출시했다. 국내산 6년근 발효홍삼과 노르웨이산 오메가3 지방산을 배합했다. 기존 자사 제품보다 홍삼과 오메가3 함량을 10% 가까이 높인 제품이다. 한독약품은 네이처셋을 출시하면서 일반의약품사업부를 소비자건강영양사업부로 재편하는 등 의욕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음료업체 긴장시키는 제약회사

지난해 기준 5조8000억 원대(업계 추산) 규모인 음료 시장에 제약회사가 잇따라 도전하면서 음료 시장 지형이 바뀌고 있다. 특히 숙취해소 음료, 비타민워터, 에너지 음료 등 기능성 제품이 주목받으면서 제약업체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

‘제주 삼다수’의 유통사업권을 확보한 광동제약은 지난해 ‘비타500’으로 92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옥수수수염차 등까지 합하면 광동제약의 매출 60%가 음료에서 나온다. 올해는 커피전문점 카페 드롭탑과 손잡고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도록 포장한 음료) 커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일양약품은 에너지음료 ‘쏠 플러스’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동아제약과 한미약품도 각각 ‘에너젠’과 ‘프리미엄 레시피’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KGC인삼공사도 건강 에너지드링크 ‘지-샷’을 미국에서 먼저 출시해 국내 시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음료회사가 에너지 음료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에너지 드링크의 원조는 제약회사”라며 “에너지 음료시장은 제약업체들이 언젠가는 회복해야 할 영토와 같다”고 말했다.

숙취해소 시장도 점입가경이다. 기존에 출시된 동아제약 ‘모닝케어 플러스’ 외에 올해 들어서만 대형 제약사 2곳이 숙취해소 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보령제약은 최근 프리미엄 숙취해소 음료 ‘엑스솔루션’을 내놓았다. 알코올을 분해하고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헛개, 갈근, 강황 등은 물론이고 간기능 개선 효과가 있는 대두 미배아, 독소 배출을 돕는 인진쑥 등을 포함했다. 유한양행도 3월 황칠나무 추출물을 이용한 숙취해소 음료를 개발해 상반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약업체가 촉발한 ‘식품회사와 제약회사 간 경계 허물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체들이 잇달아 탈모방지 식품과 특수의료용 음식 연구개발(R&D) 등에 나서며 제약업체의 도전에 맞서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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