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부산 하면 회? 밀면?… 아닙니다, ‘씨앗호떡’이 관심 1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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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건 빅데이터로 살펴본 ‘먹거리 X파일’

 동아일보가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기업인 다음소프트에 의뢰해 2013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에 오른 블로그 게시글 4억3558만여 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부산 전주 제주 통영 속초 등 주요 여행지 5곳에 대해 알려진 명물, 명소와 AI 기반 빅데이터 리포트의 분석은 차이가 있었다.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최근 들어 경쟁적으로 방영되는 음식 소개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새로운 음식들이 잇달아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트렌드에 민감한 20, 30대 유저들이 블로그 글을 왕성하게 작성하고 있는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음소프트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제시된 부산 전주 제주 통영 속초 여행에서 자주 노출된 키워드를 정리해봤다. 국내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최근에 많은 사람이 검색해본 키워드를 참고해 여행 계획을 세워볼 수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로 본 전주 명물은 ‘초코파이’

  ‘부산 여행 갔으면 꼭 먹어 줘야 하는 음식 중에 손꼽히는 씨앗호떡!’

 많은 블로거가 부산 여행을 포스팅한 게시물에서 가장 많이 추천한 음식은 회가 아닌 씨앗호떡이었다. 씨앗호떡은 3년간 1만3086건이 추출됐다. 흔히 알고 있는 부산 명물 음식인 회(1만2668건), 밀면(1만2355건), 돼지국밥(1만1129건)보다 많이 블로그 글에서 언급됐다는 얘기다.

 부산 여행과 연관돼 나타나는 장소 키워드로는 해운대, 광안리, 태종대, 감천문화마을, 해동용궁사 등이 꼽혔다.

 이 가운데 감천문화마을은 6·25전쟁 피란민들이 모여 만든 곳으로 저소득층 주거지인 ‘달동네’로 알려져 있었다. 2009∼2010년 ‘꿈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사업과 2010년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 등을 통해 환경 정비, 벽화 사업이 이뤄지면서 지난해에만 140만여 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전주 여행의 주요 장소 키워드로는 전통 관광지들을 제치고 유명 제과점인 ‘풍년제과’가 꼽혔다. 이곳에서 만드는 초코파이는 하루 1만 개 이상 팔리는 지역 명물로 방송 등에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주와 관련된 음식으로는 초코파이 외에 만두, 비빔밥, 떡갈비, 콩나물국밥 등이 꼽혔다.

 전주 여행과 연관된 장소로 가장 많이 노출된 곳은 전주한옥마을(3만4816건)이었다. 전동성당(1만3926건), 경기전(8851건), 오목대(601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제주와 연관된 주요 명소로는 섭지코지, 오설록, 협재해수욕장, 쇠소깍, 천지연폭포, 올레길, 에코랜드, 용두암 등 대부분 볼거리로 채워졌다.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제주에서는 사진 찍기 좋은 명소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도의 주요 음식으로는 회, 아이스크림, 고기국수, 감귤, 갈치조림, 망고, 녹차 등이 언급됐다. 음식 중에 아이스크림이 주요 키워드로 오른 이유는 우도에 위치한 땅콩아이스크림 가게가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통영 여행의 최고 인기 장소는 동피랑마을이었다. 20, 30대가 이순신공원, 한려수도, 거북선 등 역사적 의미가 담긴 명소보다는 사진이 잘 나오는 아기자기한 언덕마을을 선호해서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속초의 최고 명소는 중앙시장에 위치한 만석닭강정이었다. 이어 대포항, 속초해수욕장, 아바이마을, 낙산사, 울산바위 등이 주요 키워드로 언급됐다. 인기 음식으로는 닭강정 외에 회, 물회, 오징어순대, 새우튀김 등이 꼽혔다.

답사보다 식도락, 여행 패러다임 바뀌어

 최근 들어서는 그 지역 특성이 담긴 전통 먹거리보다는 TV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곳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예인 등 유명인이 자주 찾는 식당들이 명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행 양상도 유적지 답사보다는 식도락 위주로 변해 가고 있다.

 최근 1년(2015년 8월∼2016년 7월)간 부산 여행과 함께 자주 노출된 음식 키워드는 튀김, 핫도그, 피자, 떡볶이, 카레 등이다. 최근 3년간 노출된 부산 명물들과 겹치는 음식이 하나도 없다. 장소 키워드로는 이가네, 개미집, 흰여울문화마을, 삼진어묵, 다리집 순으로 많이 노출됐다. 이 가운데 흰여울문화마을을 제외하면 모두 식당으로 최근 음식 전문 방송 프로그램에 자주 노출된 곳이다.

 전주 여행의 경우 전주한옥마을 주변에 널린 길거리음식들이 최근 1년간 핫 키워드로 꼽혔다. 음식은 닭꼬치, 케이크, 식혜, 찹쌀떡, 치킨 순이었다. 장소는 전주관광호텔, 한국집, 다우랑, 문꼬집, 고궁 순으로 많이 수집됐다. 치즈닭꼬치, 호박식혜, 새우만두, 문어꼬치 등은 모두 전주한옥마을 인근에서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제주 여행의 경우 자주 언급되는 음식 키워드로 망고주스, 보말칼국수, 멜젓(멸치젓), 빵, 에이드 등이 꼽혔다. 제주 특산물보다는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들이 더 선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소 키워드는 카멜리아힐, 귤하르방, 이호테우해변, 돈사돈, 성이시돌목장 등이 주요 장소로 꼽혔다. 이 가운데 귤하르방, 돈사돈은 식당이다.

 통영 여행과 자주 언급되는 단어는 물회, 피자, 탕수육, 생선구이, 굴국밥 등이었다. 속초 여행의 경우 비빔밥, 빵, 물회, 마카롱, 스키다시(곁들이 안주) 등이 꼽혔다.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포털 사이트 블로그에서 ‘국내 여행’이란 키워드는 2014년 4월을 기점으로 이전에는 10만 건당 14.90건, 이후로는 21건이 각각 노출됐다. 최근 들어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이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41%가량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2015년 8월 14일이 광복 70주년 기념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여행 관심도가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임시공휴일은 1988년 9월 17일 서울 올림픽 개막일, 2002년 7월 1일 월드컵 4강 기념일에 이어 13년 만에 지정돼 국민적 관심도가 높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과거보다 각양각색의 축제를 기획하고 홍보하는 데 적극적인 것도 이유다. 국내 여행 키워드가 담긴 블로그 글 중 축제라는 단어가 포함된 글은 10만 건당 19.66건으로 포함되지 않은 글(18.11건)보다 많았다. 축제가 국내 여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마트폰 활성화에 따른 여행, 맛집, 숙박 앱이 다수 생긴 점도 국내 여행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음소프트 관계자는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으로 주요 관광지와 먹거리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트렌드 분석과 변화 추이 파악을 통해 각 지자체나 기업들이 향후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향을 잡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인공지능#빅데이터#씨앗호떡#전주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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