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유롭게 미래 구상하는 온라인 사이트 곧 개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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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미래학회 초대 학회장 선출 이광형 교수

이광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인구 비중이 큰 실버세대가 정치의 중심이 되고 대부분의 의사결정권을 갖는 현실에서 미래 세대의 권리를 보장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광형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인구 비중이 큰 실버세대가 정치의 중심이 되고 대부분의 의사결정권을 갖는 현실에서 미래 세대의 권리를 보장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국민들 누구나 자신이 희망하고 예측하는 미래의 모습을 올릴 수 있는 웹사이트가 있다면 어떨까요? 올 상반기에 만들 겁니다.” 미래학회장인 이광형 KAIST 교수(62)는 늘 새로운 일거리를 만드는 기획자다. 1999년 드라마 ‘카이스트’에 나온 괴짜 교수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그이지만 드라마 방영 이후 이력이 더 도전적이다. 전산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지만 2001년 당시 미래 학문 분야였던 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만들더니, 2013년에는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설립을 이끌고 원장을 맡고 있다. 》

5일 인터뷰에서도 이 교수는 새로운 놀이를 앞둔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위키피디아처럼 전문가뿐 아니라 모두가 미래 구상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위키 미래전략’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이트 개설에는 미래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다.

“현재 20세 인구가 약 65만 명이라고 치죠. 10년 뒤에는 45만 명이 안 될 겁니다. 기계화를 하든 다른 병력 자원을 개발하든 국방력 유지를 위한 청사진을 지금 만들어야 합니다. 멍하게 있다 보면 미래는 금방 닥칩니다.” 2014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미래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가량이니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인구 구성비를 보면 지출 비율은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높아져요. 국가부채도 이자 부담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어요. 오늘만 생각해서 미래세대의 자원을 당겨 쓰면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그는 지난달 ‘미래학회’의 초대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불확실성이 증대된 요즘 기후나 인구구조처럼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변화 예측과 대안 모색이 중요시되면서 미래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교수는 “중장기 미래 전망은 검증이 쉽지 않은 것을 빌미로 그럴듯한 얘기를 무책임하게 포장해 내놓는 경우가 없지 않다”며 “미래학회는 엄밀한 학술적 방법론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KAIST가 2014년부터 매년 내고 있는 책 ‘국가미래전략’의 편찬을 책임지고 있다. 30여 개 분야를 다루는데 지난해 한국어, 해양수산 전략을 더했고 매년 새로운 분야를 추가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정권은 바뀌어도 국가 전략 수립에 바탕이 될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그는 뜻밖에 ‘죽음’을 거론했다.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률이 통과됐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보다 적극적인 ‘안락사’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수십만 명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시대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요. ‘죽음의 미래학’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화려해 보이는 이력에 좌중을 웃기는 농담도 곧잘 하는 이 교수지만 ‘예전에는 항상 뒤처져 살았다’고 털어놨다.

“원래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고, 언변도 없어서 늘 그늘에 있었어요. 미생의 ‘장그래’와 성격이 비슷한 면이 있었죠. 스스로에게 화가 나서 여러모로 노력하다 보니 한 마흔 살쯤 성격이 변하더라고요.”

그는 최근 ‘질병이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을지, 만약 그럴 소지가 있다면 어떤 질병일지’에 관한 논문을 제자들과 준비 중이다. “제 머릿속에 괴상한 생각이 많은데 말을 가려서 ‘위장’할 뿐입니다.(웃음) 창의성에는 기존 틀과의 적절한 불화가 필요하지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이광형 교수#미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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