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올빼미, 지상의 55cm 물체까지 식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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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목적위성 아리랑3A호 발사 성공

“아, 신호 떴네요.”

누군가가 외치자 곧이어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3개의 초대형 멀티비전 우측 상단에 또렷한 글자로 ‘In contact(연결 중)’라는 메시지가 표시됐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은 곧 의자에서 일어나 함박웃음을 지으며 주위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다. 우리나라 5번째 실용 인공위성 ‘다목적실용위성3A호(아리랑3A호)’의 발사 성공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리랑3A호는 26일 오전 7시 8분 46초(한국 시간)에 러시아 야스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현지 시간 오전 3시경으로 구소련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SS-18을 개조한 드네프르 발사체에 실려 사일로(지하발사대)에서 우주로 솟아오른 아리랑3A호는 엔진이 점화되면서 어두운 남쪽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발사 14분 43초 후 아라비아반도 남부 537km 상공에서 발사체와 분리한 후, 오전 7시 39분경 남극 트롤 우주기지를 통해 통신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정보활용센터는 “인공위성 생존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조건인 ‘태양전지판’을 무사히 전개(접어둔 전지판을 폄)한 것을 이때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리랑3A호는 다시 1시간 후인 오전 8시 34분에 북극해 인근 노르웨이 스발바르 기지에서 2차 접속에 성공한 데 이어, 오후 1시 3분경 우리나라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 항우연에서도 접속을 확인하고 발사 성공을 최종 확정했다. 4년간 지구를 하루 15번씩 돌며 밤과 낮, 하루 2차례씩 관측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아리랑3A호는 항우연이 2006년부터 8년간, 총 2359억 원을 들여 개발한 위성으로 지금까지 발사한 어떤 국산 인공위성보다 지상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지상을 가로세로 55cm 크기로 구분해 인식한다. 이 정도 해상도면 우주공간에서 지상에 사람이 서 있는지 식별할 수 있다. 기존 위성에 비해 더욱 정밀한 영상을 얻기 위해 임무궤도도 낮췄다. 아리랑3A호의 임무궤도는 528km로 685km에 자리 잡은 아리랑3호보다 100km 이상 낮다. 그만큼 지구를 도는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여기에 대응해 각종 전자부품을 개선하고, 미세진동도 줄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리랑3A호는 국내 위성 가운데 처음으로 열을 감지해 촬영하는 적외선 센서도 탑재했다. 야간이나 악천후에서도 탐색이 가능하며 건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각종 열도 탐지할 수 있어 공장 가동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화산 활동 감시 등 지구 탐사 연구에도 쓸 수 있다. 적외선 센서의 해상도는 5.5m로 적외선 우주 카메라 중에선 세계적인 성능으로 꼽힌다.

아리랑3A호의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광학, 레이더, 적외선 등 세 가지 방식으로 한반도를 관측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광학 촬영 기능을 갖춘 아리랑2호를 운영하고 있으며 아리랑5호는 전파로 지상을 관측할 수 있는 ‘영상레이더(SAR)’를 장착하고 있다. 관측 횟수가 늘어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수명이 다해 교신이 안 되는 아리랑1호를 제외하면 총 4대의 관측 위성으로 한반도 상공을 매일 6회까지 감시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인공위성 발사를 늘려 높은 관측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다음 위성 발사는 다목적으로 지상을 관측할 수 있는 차세대 ‘정지궤도복합위성’ 2기가 2018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1기씩 우주로 올라갈 예정이다. 2019년엔 아리랑5호보다 뛰어난 영상레이더 위성 ‘아리랑6호’ 발사가 예정돼 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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