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때 풀밭에 눕거나 옷 벗어두지 마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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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걸리기 쉬운 감염질환들

《 요즘 야외활동을 하기 좋은 선선한 날씨 덕에 주말과 휴일을 밖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잔디에 드러눕거나 지저분한 장소에 털썩털썩 앉는 등 위생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각종 감염병에 걸리기 쉽다.
가을철 3대 감염병인 쓰쓰가무시,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 그리고 야생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과 여름에 미처 떠나지 못한 가을 모기가 전파하는 일본뇌염까지….
가을에 걸리기 쉬운 각종 감염 질환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       
        

가을철 야외활동 시 풀밭에 옷을 벗어놓거나 눕다 보면 진드기 등에 감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잔디밭에 누워 있다. 동아일보DB
가을철 야외활동 시 풀밭에 옷을 벗어놓거나 눕다 보면 진드기 등에 감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잔디밭에 누워 있다. 동아일보DB
○ 진드기 티푸스 ‘쓰쓰가무시’

쓰쓰가무시병은 농산물 수확이나 등산, 성묘 등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시기에 감염되기 쉬운 가을철 대표 질환.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균에 의해 발생하는 이 병의 다른 이름은 ‘진드기 티푸스’로, 쥣과에 속하는 포유류에 기생하는 털진드기가 사람을 물 때 발병한다.

털진드기 유충은 가을철에 주로 번식하기 때문에 성묘하러 가는 추석을 전후로 전국 각지에서 감염 환자가 늘어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8∼2012년 쓰쓰가무시 환자를 월별로 집계한 결과 5년간 10∼11월 평균 진료인원은 9513명으로 10∼11월을 제외한 월 평균 진료인원 296명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쓰쓰가무시병의 잠복기는 보통 1∼2주. 발열, 발한, 두통, 결막충혈, 림프절 비대 증상이 나타나며 발열이 시작되고 1주일 정도 지나면 반상 모양의 발진이 손바닥, 발바닥, 얼굴을 제외한 전신에 걸쳐 퍼져나간다. 감염자 대부분은 피부에 딱지가 생긴다. 구역,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심한 경우 의식장애나 헛소리, 환각 등 중추신경 이상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는다면 발병 1, 2일 내에 증상이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 다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약 2주간 발열이 지속되며 뇌수막염, 난청, 이명 등이 동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사람 간 전파되는 병은 아니어서 환자를 격리시킬 필요는 없다.

윤희정 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외출 후 진드기에 물린 상처가 있거나 피부발진, 발열증상 등이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며 “야외활동 시 풀밭 위에 옷을 벗어 놓거나 눕지 말고 되도록 긴 옷을 착용하며, 귀가한 후엔 즉시 목욕하고 옷을 세탁하는 등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유행성출혈열과 렙토스피라증


유행성출혈열도 가을철 발생이 잦은 감염병 중 하나. 들쥐의 침, 대변 등 배설물이 마른 상태로 바람에 날리면서 사람 호흡기로 침투할 때 감염된다. 건조한 가을철엔 공기 중에 감염 바이러스가 떠다닐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잠복기는 평균 2∼3주 정도이며 급성으로 발열, 요통, 신부전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 탈수나 쇼크, 폐합병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증상이 생긴 후 며칠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등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감염을 피하기 위해선 들쥐가 많은 풀숲이나 들판을 특히 조심한다. 잔디 위에 침구나 옷을 말리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렙토스피라증은 감염된 야생동물의 소변 등 배설물로 오염된 물, 습한 토양, 식물 등에 상처가 난 피부가 닿을 때 발생한다. 주로 렙토스피라 세균에 감염된 쥐의 소변이 원인이 되며, 오염된 하천이나 호수를 여럿이 함께 이용할 땐 집단 발병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잠복기는 7∼12일 정도이고 감염 시 발열과 함께 종아리와 허벅지 부근의 심한 근육통, 안결막 충혈 등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신부전증, 심장염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조기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아 병이 진행되는 걸 막아야 한다.

야외에서 작업해야 할 때는 장화, 고무장갑, 앞치마 등을 착용하는 등 오염원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는 것도 렙토스피라증을 예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오염이 의심되는 개천이나 강물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 야생진드기, 가을 모기도 방심은 금물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발생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도 야외활동 시 조심해야 할 가을철 감염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첫 환자가 나왔으며 현재까지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말까지 모두 270여 명의 SFTS 의심환자가 발생했으며, 그중 36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17명이 사망했다”며 “야외활동 시 풀밭에 눕거나 옷을 벗어두지 않는 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름 모기는 물론이고 가을 모기로 인한 감염도 주의해야 한다. 가을 모기 중에도 일본뇌염을 일으키는 빨간집모기 비율이 적지 않다. 일본뇌염은 감염 이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5∼15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두통, 현기증, 구토, 복통 등 이상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경과가 좋을 땐 발병 1주일 전후로 회복되나 심한 경우 발병 10일 내에 사망할 수 있다.

쓰쓰가무시와 렙토스피라증, SFTS는 아직까지 별도의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지만 유행성출혈열, 일본뇌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하정훈 하정훈소아과 원장은 “각종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적극 접종을 받아 병을 키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야외활동#잔디#쓰쓰가무시#유행성출혈열#렙토스피라증#야생진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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