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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부모, 행복한 아이]우울증에 살림 포기한 6남매 엄마, 집 청소해 주니 생기가…

조건희기자

입력 2016-09-19 03:00:00 수정 2016-09-19 14: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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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막는 ‘가족행복드림’



인천 남구의 한 사회복지사가 7월 초 윤아영(가명·12) 양 여섯 남매의 집을 찾았을 때 33m² 남짓한 반지하 방은 잡동사니가 산을 이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싱크대가 고장 나 설거지물을 바가지로 퍼서 화장실로 날라야 했고, 돌을 갓 넘긴 막내는 햇빛을 보지 못한 듯 새하얀 얼굴로 곰팡이로 뒤덮인 천장 아래 누워 있었다. 여성가족부 인천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는 윤 양 남매가 정서적 학대와 방임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 이 가정을 위기가정 집중관리 프로그램인 ‘가족행복드림’ 대상으로 선정했다.

○ 학대 위험 가정에 ‘응급 수술’


가족행복드림은 아동학대가 의심되거나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있는 가정에 10∼15차례 전문상담사를 보내 문제점을 진단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6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대상은 △아동학대 가해 전력이 있는 보호자 △아이를 병원이나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는 방임 의심 가정 △한부모·이혼·재혼·빈곤(중위소득 72% 이하) 가정 등 취약계층이다. 평범한 가정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부모 교육이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예방접종’이라면 가족행복드림은 이미 진행 중인 학대를 막기 위한 ‘응급 수술’이나 학대의 재발을 막을 ‘항암치료’에 비유할 수 있다.

윤 양의 어머니 A 씨(33)는 재혼 전후를 합쳐 자녀가 6명으로 늘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우울증에 빠져 살림과 육아에 거의 손을 놓고 있었다. 상담사는 A 씨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기억 탓에 무기력증이 심해졌다고 판단했다. A 씨의 남편은 집안일에 전혀 동참하지 않았고, 도움을 얻을 친인척도 없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절실했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전문상담사를 파견해 일대일 상담을 하는 한편으로 정리·수납 전문업체 ‘더민’의 재능 기부를 받아 집 안 청소부터 시작했다. 지저분한 환경 탓에 여섯 남매가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집 안에 가득했던 살림이 말끔히 정리되자 A 씨의 눈빛에 생기가 돌아왔다. 센터는 A 씨가 혼자서 집안일을 전부 챙기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여섯 남매에게도 신발장 정리, 싱크대 청소 등 집안일을 분담해줬다. 센터가 연결해준 관할 청소년문화회관은 여섯 남매에게 각종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A 씨는 요즈음도 간혹 상담사에게 ‘살고 싶지 않다’는 전화를 걸지만 이는 오히려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한다. 예전과 달리 속마음을 터놓을 상대가 한 명이라도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 실직 부모에 취업 연계도

경기 안산시에 사는 B 씨(50·여)는 가족행복드림 대상이 된 뒤 고용지원센터의 ‘취업 성공 패키지’를 소개받았다. 지난해 12월 일자리를 잃은 뒤 알코올의존증이 심해진 남편을 대신한 것이다. 남편은 멀쩡할 땐 고압적으로 세 아들을 꾸짖었고, 술을 마시면 둘째에게 손찌검을 했다. 4월경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 신고를 받고 B 씨 가정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은 상담사와 눈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불안이 몸에 배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셋째는 한글도 떼지 못한 상태였다.

B 씨가 컴퓨터 활용 능력 자격증을 딴 뒤 직장을 잡아 경제권을 갖게 되자 남편의 태도도 달라졌다. 처음엔 “남의 가정사에 웬 참견이냐”며 상담을 거부했지만 요즘은 빨래를 개거나 거실을 청소하기도 한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관계가 서먹했던 형제끼리 활발히 대화할 수 있도록 배움지도사를 보내 보드게임을 함께 하는 등 경직된 집안 분위기를 바꾸려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C 씨(35·여)에게는 건강가정지원센터가 변호사를 소개해 법률 지원도 할 예정이다. 가정폭력 탓에 지난해 이혼한 남편이 양육비를 전혀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C 씨는 이혼 후 대인기피증이 생겨 집 밖으로 거의 나간 적이 없는 터라 심리적 불안정을 극복하는 상담도 하고 있다. 조민경 여가부 가족정책과장은 “아동학대 3건 중 1건은 부모가 양육 방법을 잘 알지 못해 발생했다”며 “위기 가정을 선제적으로 찾아내 가정 내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게 학대 예방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12월까지 서울 구로·동대문·서초구와 경기 의정부시, 인천 남구 등 수도권 6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가족행복드림 시범 사업을 실시한 뒤 내년부턴 예산 12억 원을 새로 투입해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서비스 문의는 건강가정지원센터 홈페이지(www.familynet.or.kr) 및 전화(1577-9337)로 하면 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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