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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부모, 행복한 아이]“워킹맘 힘든 삶 이해… 결혼하면 아내와 똑같이 가사노동 할 것”

이지은기자

입력 2016-06-13 03:00:00 수정 2016-09-19 14: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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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생 ‘부모교육’ 현장 가보니

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기술·가정 수업에서 신생아 인형을 보면서 예비 부모 체험을 하고 있다. 가운데 서있는 사람이 우리나라 최초의 남성 가정 선생님인 정세호 교사.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우리나라 여성들이 너무 힘들게 사는 것 같아요. 근무 환경과 여성 노동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저도 결혼하면 아내와 똑같이 가사노동을 할 겁니다.”(이서진 군·16)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는 데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아내가 일하지 않고 전적으로 아이를 돌봐줬으면 좋겠어요.”(홍찬빈 군·16)

○ 여성에게만 슈퍼우먼 요구

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사범대부속고등학교 내 가정실습실. 짧은 머리의 1학년 남학생들 사이에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기술·가정 과목의 수업 주제는 ‘저출산 시대의 일·가정 양립’. 정세호 교사(42)가 회사와 집에서 과중한 일에 시달리면서도 늘 아이에게는 미안해하며 눈물을 짓는 워킹맘의 고달픈 삶을 드라마 속 영상으로 소개했다. 2004년부터 이 학교에서 근무해온 정 교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남성 가정 과목 교사다.

영상을 다 본 후 정 교사가 학생들에게 “앞으로 결혼해서 맞벌이 아내와 똑같이 가사노동을 할 친구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말하자, 상당수는 “저요, 저요”를 외치며 앞다퉈 손을 들었다. 정 교사는 “맞벌이를 하면서도 남편과 아내의 가사 노동 시간이 3시간 이상 차이가 난다”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가 모두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미래의 남편인 여러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진지했다. “맞벌이 부부의 가사 노동이 똑같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 아내는 일을 하더라도 아이도 잘 돌보고, 아침밥도 차려줬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한 학생은 “어릴 적 엄마가 일을 해 저녁때만 얼굴을 볼 수 있어 싫었다”며 “내가 능력 있는 남자가 돼서 아내는 집에서 육아와 가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학생들의 부모가 일·가정 양립의 롤모델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매주 두 차례씩 꾸준히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 홍찬빈 군은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서 생긴 일이기 때문에 피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군은 “가정 선생님이 남자다 보니 성에 대해 편안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덧붙였고, 정 교사도 “학생들과 콘돔을 가지고 실험도 하면서 재미있게 ‘부모가 될 준비’에 대한 교육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 생애주기교육 외치며 교과는 선택 전환

정 교사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생애주기별로 부모교육을 진행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학교 교육은 오히려 약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별도의 수업을 만들 것이 아니라 기존 기술·가정 과목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 이를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술·가정 과목은 2013년까지는 고등학교 1학년까지 반드시 배워야 하는 ‘국민기본공통과목’이었지만, 2014년부터는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 즉 고등학교에서 꼭 이 과목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

유난숙 전남대 가정교육과 교수는 “고등학교 기술·가정 과목에서는 사랑과 결혼, 부모 됨과 자녀 돌봄에 대해 본격적으로 가르친다”며 “정부에서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부모 교육을 강조하면서 이 과목은 선택과목으로 놔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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