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모유수유 사진전… 엄마들 “아이 또 낳고싶어”<7>대구 효성병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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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착한 병원]

대구 수성구 효성병원은 임신부들을 위해 고부간의 갈등, 모유 수유 등 다양한 주제로 매년 사진전을 개최한다. 3월 27일 병원을 찾은 임신부들이 의료진과 함께 벽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며 웃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대구 수성구 효성병원은 임신부들을 위해 고부간의 갈등, 모유 수유 등 다양한 주제로 매년 사진전을 개최한다. 3월 27일 병원을 찾은 임신부들이 의료진과 함께 벽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며 웃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갈수록 출산율이 줄어들었어요…위기 탈출의 수단이 너무나 절실했습니다.”

대구 수성구 여성·아동전문 효성병원 박경동 원장에겐 2007년이 악몽같은 시기였다. 2007년은 아이가 재복을 물고 태어난다는 ‘황금돼지 해’였지만 아이 낳는 산모의 수는 갈수록 줄었다. 게다가 박 원장이 가장 중시하던 모유수유 산모 수도 함께 줄었다.

자칫 병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재미 붙일 수 있는 방법’을 통한 위기 극복이 절실했다. 수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이 병원이 고안해낸 비책은 바로 ‘모유수유 사진전’. “똑딱이(디지털 카메라)만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며 박 원장이 낸 아이디어였다. 아이에게 젖먹이는 장면을 공개해 저출산과 모유수유 기피 인식을 극복해보자는 것이었다. “그깟 사진 몇 장이 무슨 소용이냐”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것”이라는 핀잔이 쏟아졌다. 하지만 박 원장과 병원 구성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해 3월 대망의 첫 사진전을 시작했다.

○ 모유수유 사진전…아이 더 낳고, 수유자세 개선

그리고 7년이 흐른 지금. “금방 그만둘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효성병원이 해마다 개최하는 사진전은 테마 수만 네 가지로 늘었다. 처음 시작한 모유수유 사진전과 더불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진전’ ‘핵가족시대의 내리사랑 1·3세대 사진전’ 그리고 ‘아름다운 임산부 D라인 사진전’까지. 통상 사진전 하나당 행사기간이 3개월 정도 지속되는 걸 감안하면 연중 내내 사진전을 여는 셈이다.

이 병원이 사진전에 이처럼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장소 대여료를 뺀 사진전 하나당 드는 비용은 액자비 경품비 등 통상 200만 원 정도. 하지만 사진 선정, 행사 기획, 홍보 등에 병원 임직원들의 무료 봉사가 동반된다. 100병상 규모에 불과한 중소병원에서 10년 가까이 사진전을 연중 개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병원가의 중론이다.

효성병원의 답변은 간단하고 명쾌했다. “사진전 주제에 따라 의도했던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병원 신생아실에서 만난 이혜진 간호사는 “모유수유 사진전 시작 전에는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도 적었고 제대로 된 자세를 가진 엄마도 찾기 힘들었다”며 “요즘은 사진전을 먼저 보고 온 엄마들 10명 중 여덟아홉은 스스로 모유수유를 선택하고, 수유 자세도 예전 엄마들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출산 자체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임병우 효성병원 기획홍보과장은 “(모유수유) 사진전을 보고 간 어머니들이 둘째, 셋째 계획을 문의하는 전화가 많다”며 “한 할아버지는 편지를 보내 ‘아이 낳기 싫다던 며느리가 사진전을 보고 마음을 바꿔 손주를 봤다’고 자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 전국으로 확산되는 사진전 열기

저출산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효성병원의 사진전은 이제 고부갈등, 가족해체 등 가정 문제 전반까지 다루고 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진전’은 특히 고부간의 갈등 해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2011년 제4회 고부 행복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장은경 씨는 “시어머니가 손녀를 돌봐주고 집안일도 해주셨지만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감사하다는 말도 못해 소원했다”면서 “함께 사진을 찍다 보니 그간 못한 얘기도 나누면서 서운한 감정도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의 인증을 받아 환자 안전에도 합격점을 인정받은 효성병원은 테마 사진전의 지속적인 확대를 통해 전국적인 행사로 키울 계획이다. 실제로 참가 작품이 너무 적어 존폐를 고민하던 초창기와는 달리 요즘은 서울, 거제도 등 전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수백 점의 작품이 올라온다.

박 원장은 “작은 문화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확신한다”면서 “출산 장려, 가족 중심의 사진전 기획을 효성병원 특유의 문화로 키워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선정위원 한마디]“대형병원도 쉽게 못하는 공익사진전 돋보여”▼

대구 효성병원의 사진전 행사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7년에 걸친 연례행사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선정위원들은 모유수유 감소, 고부 갈등 등 자칫 외면할 수도 있는 ‘작지만 큰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도 높이 평가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인 김명애 위원은 “사진전 기획은 대형병원에서도 계속하기 힘든 행사”라면서 “모유수유나 고부갈등 해결 사진전처럼 누구나 그 목적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사진전을 개최해 온 병원장과 임직원의 마음가짐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또 사진전이 최근 의료계의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는 지방 의료 붕괴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와이즈요양병원장인 배지수 위원은 “(사진전이) 병원 마케팅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동네 착한 병원’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우리 주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병원이 있으면 이름과 추천 사유를 동아일보 복지의학팀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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