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진인사대妻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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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에 조상의 산소에서 성묘하고 있는 가족들. 동아일보DB
추석명절에 조상의 산소에서 성묘하고 있는 가족들. 동아일보DB
유부남 여러분 요즘 몸 바짝 낮추고 계시죠? 명절만 지나면 피할 수 없는 게 ‘명절 후폭풍’. 매해 두 번 찾아오는 일이니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여자 분들이 명절 노동에 적응 못하듯 남자들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인가 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밥이라도 얻어먹고 살려면 ‘집안의 해님’이라는 아내님을 절대 놀라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인 것을요. 요컨대 인명재처(人命在妻)인 겁니다. 사람 운명은 아내에게 달렸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고사성어 표현을 살짝 바꿔 ‘아내 모시는 법’을 설명한 말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좀 더 볼까요?

지성이면 감처(至誠感妻)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성을 다하면 아내도 감동하기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왜 우리 아내는 불평이 많을까 고민하십니까? 그건 여러분이 정성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아내가 ‘집안의 애’에서 유래했다고 믿고 계신 건 아니지요?

인생살이 처하태평(妻下太平)이 기본입니다. 아내 밑에 있을 때는 모든 게 편하지요. 원래 아내, 내비게이션, 그리고 골프장 캐디 말은 늘 믿고 따라야 하는 법입니다. 게다가 사필귀처(事必歸妻)라니, 결국 중요한 운명은 아내 뜻을 따르도록 돼 있는 게 우리 남자네 운명입니다.

운명 이야기라면 고진처래(苦盡妻來)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힘든 일을 끝내면 아내가 검사하러 오는 게 인생의 기본 진리이지요. 자기 기준에서 잘했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늘 개과처선(改過妻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아내의 선처를 기다리는 게 현명한 처사입니다.

그러니 혹시 아내가 이번 추석에 유독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면 “손과 몸을 쓰는 일은 제가 하겠다”는 ‘수신(手身)제가’ 자세를 잊지 마세요. 깊게 회개하고 간절히 기도를 올려 천국보다 좋다는 처국(妻國)을 기쁘게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어찌 되냐고요? 추석 연휴에 알게 된 김 사장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분은 사업이 어려워지자 스트레스가 아주 많이 쌓였습니다. 그래서 집에 가서 아내에게 신경질을 부리는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습죠. 그런데도 사모님은 명절 때마다 유행한다는 ‘가짜 깁스’도 하지 않고 시댁에서도 묵묵히 ‘착한 며느리’ 콘셉트에 충실했습니다. 김 사장님도 고마운 마음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김 사장님이 사모님께 물었습니다. “당신은 내가 짜증을 내도 어떻게 화를 한 번 안 내? 혹시 분을 삭이는 방법이 따로 있어?” 사모님이 답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변기를 닦아요.” 김 사장님 궁금증은 더 커졌습니다. “변기 닦는 게 무슨 도움이 되지?” 사모님은 망설이지 않고 답했습니다. “당신 칫솔로 닦거든요.” 그 말에 깜짝 놀란 김 사장님은 이를 닦고 나와 뽀뽀하자며 사모님 뒤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왜 고마운 마음을 가슴에 묻고만 계시나요? 쑥스러워도 표현해야 합니다. 진인사대처명(盡人事待妻命). 일단 최선을 다한 후 아내 명령을 기다리는 게 순리입니다.

그러니 명절 후 첫 ‘불금(불타는 금요일)’인 오늘 저녁은 아내를 위해 제대로 봉사하시면 어떨까요? 김 사장님 사례에서 보듯 애정 문제 치료법은 더 많이 사랑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진인사’하는 차원에서 꽃다발도 준비하시고요. 무신경한 남편 분들께 도움 드리자면 이 계절엔 늘 소국(小菊)이 좋습니다. 그럼 전국의 유부남 여러분 모두 ‘처하태평’하시기를 바랍니다.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
#명절#아내#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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