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건강 100세]아이 중이염 방치하면 청력 잃을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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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차흥억 교수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차흥억 교수
중이염은 종류가 다양하고 또 나이에 따라 발병하는 형태도 약간 다르게 나타난다. 유소아들의 경우 귀를 비롯한 얼굴뼈 발육이 완성되어 있지 않아 중이염이 흔하게 발생한다. 많은 소아 환자가 감기를 앓다가 합병증으로 급성중이염이 생겨 병원을 찾곤 한다. 감기에 걸린 아이가 갑자기 귀를 잡고 울거나 아파하면 대개 급성중이염이다. 이럴 때는 부모가 귀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에 오기 때문에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반면 염증 없이 고막 안쪽 중이에 염증성 액체가 고여 있는 삼출성 중이염은 약간의 청력 감소 외에 특이 증상이 없어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비염 및 축농증이 있는 아이들이나 평소 입으로 숨을 쉬고 잘 때 코를 고는 아이들은 편도 및 아데노이드 비대가 심한 경우가 많고 이 또한 소아들에게 중이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급성 혹은 삼출성 중이염은 약물치료 또는 고막을 조금 째주고 튜브를 끼워주는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그런데 특별한 증상이 없다고 해서 중이염을 방치하면 성인이 돼서도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만성화농성 중이염이나 진주종성 중이염은 약물로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심하면 염증이 뇌로 파급돼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고 수술에 이르는 사례도 많다. 최근 응급실로 내원한 C 씨의 경우 오래전부터 우측 귀에서 가끔 악취가 나는 이루(고름)가 나왔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면봉으로 닦기만 했는데 갑자기 어지럼증과 구토증이 발생해 병원에 온 사례다. 검사 결과 고막 속이 썩어 들어가는 진주종성 중이염의 합병증으로 인해 내이염과 뇌막염이 발생한 것이다. 귀 뒤 뼈를 긁어내고 새로운 고막을 만드는 수술을 받게 되었는데 어려서부터 관리를 잘했다면 큰 수술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중이염은 약물 혹은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고 조기에 치료할수록 청력 장애 등 후유증이 적은 병이다. 그렇다고 우습게 알고 방치하면 무서운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는 병이니 귀찮아하지 말고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차흥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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