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최대 실수… 앱 개발자가 신뢰 저버려” 변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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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파문 나흘 만에 사과
“책임 떠넘기기” 여론은 싸늘

저커버그
사용자 5000만 명의 정보가 유출돼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운동에 무단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21일 CNN방송 인터뷰를 통해 사과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4일 만이다. 하지만 “창사 이래 최대 실수”라고 인정하면서도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업자가 신뢰를 저버린 탓”이라고 책임을 돌려 “어설픈 변명을 늘어놓는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저커버그는 인터뷰에서 “지금 벌어진 모든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는 “예상되는 문제에 우리가 좀 더 일찍 서둘러 대비해야 했다. 이건 페이스북을 설립한 이후 발생한 가장 큰 실수”라고 말했다.

그는 또 “페이스북을 설립했을 때 나는 너무 젊었고 사회 경험이 부족했다”며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많은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다. 업무에 적합하지 않은 인력을 고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수많은 잘못을 통해 우리 회사와 사회가 발전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이날 인터뷰 기사가 나가기 7시간 전 페이스북 계정에 긴 해명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이번에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일으킨 앱의 페이스북 사용자에 대한 정보 접근을 2014년에 이미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문제의 앱은 2013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조사연구원 알렉산드르 코건이 개발해 페이스북에 유포한 성격 검사 앱 ‘디스이스유어디지털라이프’다. 코건은 이 앱 응답자의 ‘페이스북 친구’ 정보까지 자동으로 수집하는 방식으로 수천 만 명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저커버그는 이 앱이 유포된 뒤 1년 만에 문제를 파악해 ‘친구 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도록 나름대로 대응 조치를 했음을 주장한 것이다.

저커버그는 또 “2015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를 통해 코건이 영국의 데이터 분석 회사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와 정보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코건과 CA에 ‘페이스북 동의 없이 사용자 관련 자료를 공유할 수 없다’고 알린 뒤 자료를 삭제했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했다. CA는 지난 미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캠프를 지원한 회사다.

저커버그는 “지난주 가디언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 기사를 읽고 나서 CA가 우리와의 약속을 어기고 당시 자료를 삭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즉시 CA의 페이스북 서비스 접근을 차단하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코건과 CA는 페이스북과의 신뢰를 망가뜨렸을 뿐 아니라 페이스북을 믿고 정보를 맡겨준 사용자들의 신뢰까지 저버렸다”고 적었다.

그는 CNN 인터뷰에서도 “CA가 개인정보에 접근한 기록이 발견된 페이스북 사용자 전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사람들에게 보다 일찍 솔직하게 알렸어야 했다. 이 사태를 돌아보면서 무엇보다 후회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저커버그의 이런 해명에도 언론과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태에 대한 대응과 변화가 너무 느리고 미미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평했다. 맷 스톨러 미 오픈마케츠인스티튜트 연구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수년 전부터 무책임하게 업무를 처리해 왔다. 이제 겨우 발목이 잡힌 것”이라며 “정부 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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