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손 내밀면 마법이 찌릿찌릿!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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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공대 윤경식 박사팀 ‘몸의 동기화’ 현상 과학적 규명

에버릿 컬렉션 제공
에버릿 컬렉션 제공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선물을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 연말연시. 비싼 선물도 좋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간단한 선물이 있다. 바로 ‘스킨십’이다.

스킨십이 사람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준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조금 어색해도 먼저 손을 내밀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게 돼 하나로 연결시켜 주는 ‘몸의 동기화’현상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 먼저 뻗어라. 그러면 마법이 펼쳐진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SF영화 ‘ET’에서 외계인 ET가 손가락을 내밀자 주인공 엘리엇도 손가락을 내미는 모습은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윤경식 박사팀은 두 사람이 일치되는 현상은 뇌파에서도 일어나고, 상호작용이 많을수록 더 강해진다고 ‘네이처’의 온라인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1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두 사람을 마주 앉히고 팔을 펴 집게손가락으로 상대방을 가리키게 했다. 손가락 사이 거리를 10cm 정도로 두고 상대방 손가락을 보게 했더니 손가락 끝에서 미세한 떨림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적외선 카메라로 움직임을 관측하고, 머리에 붙인 전극으로는 뇌파를 측정했다. 그 결과, 두 손가락의 움직임이 0.1mm 수준까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뇌에서 친밀감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담당하는 영역도 활성화됐다.

연구팀은 한 사람에게 손가락을 임의대로 움직이고 상대방은 따라하도록 했다. 네 차례 반복한 뒤, 손가락의 움직임을 측정했더니 동기화 정도가 약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박사는 “친구와 걸을 때 발걸음이 맞춰지고,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완벽하게 합주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싸이의 말춤을 같이 출 때 친해지는 느낌이 드는 현상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여서 말춤을 추면 서로의 뇌가 동기화돼 친밀감이 높아지고, 이미 친한 사람들이라면 동기화가 더 잘돼 멋진 군무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방과학연구소(DARPA)는 이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한 사람의 뇌에서 나온 신호를 다른 사람의 뇌에 직접 전달하는 것을 연구 중이다. 한 명이 위험 신호를 감지했을 때 다른 군인들의 뇌에 이 신호를 가장 빨리 전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 손 마주치는 횟수 많을수록 승률 높아진다

스킨십은 상대방에 대한 동질감뿐만 아니라 동료 간 사기 진작과 협동심, 업무 성과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특히 스포츠 경기에서 스킨십은 팀의 승률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마이클 크라우스 박사팀은 2008∼2009년 시즌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선수들 간 스킨십의 횟수와 팀 성적을 분석했다. 농구는 같은 팀원끼리 주먹을 맞대거나 손바닥과 가슴을 치는 등 스킨십이 많은 종목이다.

그 결과 스킨십을 많이 나누는 팀의 승률이 높았고, 선수 개개인도 스킨십을 많이 하는 선수들 간에 패스 성공률이 좋았다. 이에 대해 크라우스 박사는 “선수들이 스킨십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서로에게 신뢰감을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 배가 아프거나 다리가 저릴 때 이상하게도 ‘엄마손’이 한번 스쳐 지나가면 아픈 것이 싹 사라지는 기억을 어렴풋이 갖고 있다. 심리적 약 효과를 나타내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엄마손’은 아픔을 가시게 하고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이 엄마손의 비밀도 풀렸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의 위눙잔 교수팀은 사람과 유전체 구성이 비슷한 초파리에서 엄마 손길과 비슷한, 부드러운 감각을 전달하는 단백질 물질 ‘NOMPC’를 찾았다고 ‘네이처’ 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초파리 애벌레의 신경 끝에 달려 있는 이 물질을 떼어낸 뒤 애벌레를 문지르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NOMPC를 다시 이식하고 자극을 주자 애벌레는 촉각을 인지한 듯 반응을 보였다.

사람에게도 NOMPC 같은 단백질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체가 어떻게 촉각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기쁨과 편안함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이끌어내는지를 밝히는 데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이재웅·김윤미·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몸의 동기화#윤경식 박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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