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없는 수박’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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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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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O가 아닙니다… 염색체 개수만 많을뿐이죠■ 더 달고 맛있다고요? 당도 일반수박과 같아요

무더운 여름 간절히 생각나는 시원한 수박. 최근에는 속이 노란 수박, 무늬 없이 까만 흑피 수박 등 새로운 수박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씨 없는 수박’이다. 씨 없는 수박은 더 달다고 하는데 이런 ‘오해와 진실’을 씨 없는 수박에게 직접 물어봤다.

○ 씨 없는 수박 어떻게 만드나


수박의 염색체는 22개다. 이 염색체가 11개씩 나눠져 암꽃이나 꽃가루가 된다. 그러나 나는 염색체가 33개다. 일반 수박에 ‘콜히친’이라는 약품을 묻혀 22개 염색체를 그대로 가진암꽃을 피우고 이 꽃에 염색체가 11개인 정상 꽃가루를 묻혀 수박이 열리도록 한다. 이 씨앗을 심으면 바로 씨 없는 수박이 나온다.

씨 없는 수박인 나도 꽃을 피우고 꽃가루도 만든다. 염색체 33개를 둘로 나누기 때문에 16개와 17개로 나눠지거나 15개와 18개, 11개와 22개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염색체 11개는 정상 수박이기에 씨가 생길 수 있다. 그렇지만 확률은 0.1% 정도다.

○ 그렇다면 유전자변형식품 아닌가?

유전자변형식품(GMO)은 서로 다른 종의 유전자를 결합시켜 만든다. 유전자 배열 순서를 바꾸기 때문에 겉보기에는 같을지 몰라도 유전적으로 새로운 생물이 된다.

그렇지만 나는 염색체 개수가 많을 뿐 GMO가 아니다. 유전자를 담고 있는 염색체 수는 많지만 유전자 배열 순서가 똑같기 때문에 자손을 남기는 능력만 사라질 뿐 유전적으로는 일반 수박과 똑같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GMO 재배가 전면 금지되는 만큼, 국내산 수박이라면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채널A 영상] ‘아티초크’를 아시나요? 한국산 열대작물이 온다

○ 씨가 없어서 더 달고 맛있다?

수박 당도는 씨의 유무가 아니라 성장 속도와 주변 환경이 결정한다. 성장 속도는 씨앗에서 싹이 튼 뒤 수박이 열릴 때까지 자라는 속도다.

일반 수박은 싹이 튼 뒤 잘 자라지 않다가 수박이 열릴 시기가 되면 성장속도가 빨라진다. 그런데 나는 초기에 빠르게 자라고, 수박이 열릴 때는 성장 속도가 줄어들어 좀 힘들게 열매를 맺는다.

나는 온도에도 민감하다. 싹을 틔울 때는 일반 수박보다 3∼4도, 성장할 땐 2∼5도 더 높아야 한다. 한여름에 수박을 먹으려면 이른 봄에 심어야 하는데 내가 자라기엔 여전히 추운 날씨다. 추울 때 빨리 자라니 몸이 부실해질 수밖에.

소비자들을 만나기 위해 저온에서도 잘 자라고, 당도도 높아지도록 개량되고 있다. 최근에야 당도가 12브릭스(brix)가 넘는 씨 없는 수박도 나왔다. 수박 평균 당도는 10∼11브릭스다.

얼마 전 씨 없는 포도가 일반 포도보다 더 많이 팔렸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앞으로 우리 씨 없는 수박도 포도처럼 잘 팔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거다.

(도움=농촌진흥청 원예작물부 채소과 허윤찬 박사)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과학#씨없는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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