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푸는 한방 보따리]겨울감기 여름에 예방하는 ‘삼복첩’

  • Array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해 무더운 여름날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한의원 앞에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 사람들은 “삼복첩(三伏貼)을 붙이면 겨울에 감기가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이 복날을 전후해 삼계탕을 즐겨 먹듯이 중국인은 여름철 삼복첩을 찾는 문화를 갖고 있다.

삼복첩은 양기를 보충하고 경락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따뜻한 약들로 구성한 ‘소천고(消喘膏)’라는 처방을 바탕으로 만든다. 환약으로 만든 삼복첩은 등에 있는 배수혈에 붙인다. 오장과 잘 통하는 배수혈은 양기를 몸 안에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겨울만 되면 천식으로 고생하는 아들과 함께 소천고 처방을 구해 배수혈에 직접 부착해 봤다. 화끈거리는 느낌과 은은한 통증이 몇 시간 지속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아들은 작년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였던 신종인플루엔자나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삼복첩은 국내 한의원에서도 구할 수 있다.

삼복첩의 원리는 겨울철 질환을 여름에 고친다는 동병하치(冬病夏治)다. 이 원리에 대한 설명은 중국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설상의 제왕인 황제(黃帝·헌원씨)와 신하가 나눈 대화를 요약한 의술서 ‘황제내경소문 사기조신대론(黃帝內經素問 四氣調神大論)’에는 ‘춘하양양(春夏養陽)’ ‘추동양음(秋冬養陰)’이라는 말이 나온다. 봄과 여름에는 양기를 길러서 겨울병에 대비하고 가을과 겨울에는 음기를 길러서 여름병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한의학은 원래 ‘치미병(治未病)’이라 하여 병이 오기 전에 미리 치료하는 예방의학을 중요시한다. 평상시에 정기를 기르는 ‘양생(養生)’의 실천을 강조한다.

양생의 도리는 해와 달, 계절 변화와 같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춘하양양과 추동양음은 별개가 아니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춘하양양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1년 중 가장 무덥고 습한 삼복더위를 잘 견디기 위해서는 인체의 양기를 잘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한 개념과 틀이 변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세계의 명의들도 종전의 질병 치료 위주에서 건강관리(Wellness)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질병 자체의 접근보다는 면역 강화와 질병의 예방과 관리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올여름 무더위에는 겨울 감기 예방법을 알아보고 실행에 옮기는 것도 건강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송호섭 경원대 한의과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