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행중 불났는데도 계속 달린 KTX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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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포항행 열차 천장서 연기-불꽃… 해당 객차만 비운뒤 그대로 운행
운행제외-열차대체 규정 안지켜

서울발 포항행 고속철도(KTX) 객실에서 주행 중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안전규정상 해당 객차를 운행에서 제외해야 하지만 서울로 돌아오는 상행선에도 그대로 투입했다.

17일 철도업계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16일 낮 12시 40분 서울을 출발한 포항행 KTX 463편 열차가 대전역을 지나 동대구역을 향하던 오후 2시경 15호차 천장에서 연기가 나고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승객들이 객차 내 인터폰으로 승무원에게 신고했고, 불안감을 느낀 일부 승객은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끄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열차팀장 등은 조명 소켓에 불이 붙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객차의 전원을 끄고 승객 10여 명을 다른 칸으로 대피시켰다.

코레일 안전규정에 따르면 열차에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가까운 역에 정차한 뒤 대체 열차로 바꾸거나 후속 열차에 승객들을 옮겨 태워야 한다. 또 화재 열차는 인근 차량기지에서 점검 및 수리를 받도록 돼 있다. KTX의 경우 오송역에 대체 열차가 상시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해당 열차를 목적지인 포항까지 계속 운행하게 했고, 도착 후 30분 뒤인 오후 3시 30분에는 다시 서울행 466편으로 투입했다. 상행선에서 해당 객차 표를 예매한 승객 12명은 타는 냄새가 심한 데다 화재 위험이 있어 다음 칸인 16호차 등으로 이동시켰다. 코레일은 서울역 도착 후 화재 원인이 객차 형광등 소켓 접촉 불량임을 파악하고 소켓을 새것으로 교체했다.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고속으로 주행하는 KTX 특성상 작은 화재 위험이라도 이를 안고 운행하는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규정에 따라 대체편을 투입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레일에서 열차 정비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열차를 부산차량기지로 이동시켜 점검해야 하는데 30분 뒤인 상행선 출발시간을 맞추려고 임시 조치만 한 뒤 운행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동대구역에 정차했을 때 화재 원인을 파악했고, 이후 해당 객차의 전원을 차단한 뒤 운행해 안전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해 대체편을 투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약 4분에 불과했던 동대구역 정차시간 동안 화재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개통 이후 지금까지 쌓아 온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화재 원인이 무엇인지) 느낌이 바로 온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과 같이 열차 화재 등 긴급 안전사고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객실 승무원을 안전업무에서 배제한 현재 근무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객차 내 안전업무에 열차팀장만 관여할 수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ktx#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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