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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에서 스포츠 IT 사업의 ‘개척자’로…이상기가 유니폼을 벗은 이유는?[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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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에서 스포츠 IT 사업의 ‘개척자’로…이상기가 유니폼을 벗은 이유는?[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입력 2019-03-30 14:00수정 2019-03-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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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대표가 서울 구로 디지털로 NEXT THEY (주)큐엠아이티 사무실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상기 (주)큐엠아이티 대표(32)는 프로축구 골키퍼 출신의 ‘개척자’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프로 시절까지 20년 축구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부당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과감히 유니폼을 벗고 IT업체를 만들어 대한민국 축구환경을 업그레이드 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큐엠아이티(QMIT·Question Management Information Technology)는 스포츠 현장에서 절감하는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선수와 지도자 등에게 효율적인 팀관리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기업이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하며 항상 질문을 해왔다. 우리 엘리트스포츠 현장에서는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고 어떠한 방식과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에 대한 질문, 현재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란 질문 등…. 스포츠 현장의 한계를 해소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절감했고 이를 해소해줄 매니저가 필요하고 체감했다. 이러한 질문과 매니지먼트를 정보기술과 결합한 스포츠과학을 통해 엘리트 스포츠 현장의 문화를 바꿔보자는 뜻에서 선수는 물론 지도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주는 IT 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대표가 축구선수로 살면서 가장 억울했던 부분이 지도자들이 근거도 없이 선수들을 자신들의 감으로만 평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훈련도 지도자 기분에 따라 달라졌다. 지도자가 기분이 좋으면 훈련 분위기가 좋았고 기분이 나쁘면 살벌한 분위기에서 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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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어떤 선수에 대해 잘 한다 못 한다 평가를 하는 기준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감각이었다. 자기 맘에 드는 선수만 기용하고 싫어하는 선수를 벤치에 앉힌다. 왜 그런지에 대한 기록이나 데이터는 만들지도 않으면서…. 그 선수는 축구에 인생을 걸었고 그를 지켜보는 가족도 있는데…. 너무 무책임한 행태라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성균관대 스포츠과학과에서 공부하면서 아주 잘 짜여진 스포츠 과학 이론을 접했다. 그런데 이론과 현장은 너무 떨어져 있었다.

“축구 현장과 이론은 너무 멀었다. 사실 이론은 현장에서 나오고 그 이론이 다시 현장으로 들어오는 것인데 이 시기가 너무 길다. 중간에서 접목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선수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나서기로 했다.”

성남 일화 시절 이상기 대표.
전남 나주 영산포초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이 대표는 망운중(전남 무안)과 순천고, 성균관대를 거쳐 2010년 프로축구 1부 리그 성남 일화에 입단한 유망한 골키퍼였다. 신인이라 주전을 꿰차지 못해 수원 삼성(2011년)으로 이적했다 상주 상무(2011~2013년)에서 군을 해결하고 다시 수원으로 복귀했지만 전망은 밝지 않았다. 대형 스타들이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수원 FC 시절 이상기 대표.
“경기에 많이 뛰고 돈도 벌기 위해 2014년 2부 리그 수원 FC로 갔다. 그리고 강원 FC를 거쳐 2016년 서울 이랜드 FC로 옮겼다. 당시 이랜드에는 스포츠 과학적 훈련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댄 해리스 수석 코치가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20년 지도한 경력이 있었고 내가 원하는 운동을 시켜줬기 때문에 선택했다”
서울 이랜드 FC 시절 이상기 대표.

이 대표는 해리스 코치를 만나면서 스포츠 과학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당시 해리스 코치는 아침마다 백지를 줘 몸 상태와 컨디션 등을 적으라 했다. 그는 그것을 엑셀에 저장해 자료로 썼다. 내가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다고 하면 훈련 때 오른쪽 어깨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다른 신체부위만 활용하는 훈련을 시켰다. 정말 대단했다.”

2013년부터 스포츠심리학 등 책을 보며 공부를 시작한 이 대표는 2017년부터 서울과학기술대 석사과정에 등록해 스포츠 과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해리스 코치와도 스포츠과학에 대해 토론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도 웹툰도 그리고 블로그도 운영했던 그는 프로 시절부터 선수 및 지도자들에게 스포츠 과학적 지식 및 관리법을 서비스하는 애플리케이션를 만들고 있었다. 해리스 코치의 지도 방식은 이 대표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해리스는 수기(手記)로 피드백을 주고받았지만 이 대표는 컴퓨터, 탭, 휴대폰을 활용한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었다. 계약기간이 2년 남았지만 2017 시즌을 마치고 은퇴해 지난해초 큐엠아이티를 창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비공개 유료 플랫폼인 팀매니저다.

“선수 부상 예방 및 예측, 컨디션 관리 등을 해주는 솔루션이다. 일종의 모니터링서비스로 선수에 대한 모든 것을 자료화해 선수 및 지도자에게 제공한다. 팀에서 필요한 영상도 제공하고 선수들 교육도 해준다. 과거 주먹구구로 했다면 체계적으로 선수와 팀을 관리하며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훈련은 지도자가 시킨다.”

올 춘계 대학축구에서 우승한 성균관대도 팀매니저를 이용했다. 성균관대는 결승에서 객관적으로 중앙대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1로 이겼다. 현재 엘리트아마추어 30개 팀이 이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고 있다.

“팀매니저를 통해 선수, 스태프 간 소통을 하고 다양한 데이터로 훈련 강도 및 회복 시간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훈련 스케줄도 관리해준다. 성균관대의 경우 훈련 강도를 높이기도 했지만 선수들에게 회복할 시간도 충분히 줬다. 그렇다보니 선수들 훈련 만족도도 좋았다. 이 모든 게 데이터로 나와 있다. 그런 게 어우러져 우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축구를 하면서도 늘 고민하고 공부했다. 순천고 시절 다른 선수들은 새벽 훈련 하고 잠 잘 때 오전 수업을 들었다. 성균관대 시절에도 단 한번의 낙제 없이 졸업했단다.

“최근 대학에서 C0 못 받으면 대회 출전 못한다는 규정이 생겼는데 성균관대는 그 때부터 C0가 안 되면 장학금이 없어져 등록금을 내야 했다. 할머니 밑에서 자란 나로선 등록금을 마련할 수 없어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내겐 큰 도움이 됐다.”

스포츠심리학에 꽂혀 2016년부터 한국스포츠심리학회 스포츠 멘탈 코치가 됐고 2017년엔 스포츠 심리상담사 3급 자격증을 땄다. 그해 최우수 멘털 코치상을 받기도 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인재육성 자문위원, 대한체육회 은퇴 진로 강사도 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업 과정에서도 이 대표는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4월 중기부(중소벤처기업부) 지원사업 ‘스마트 벤처캠퍼스’에 합격했고 6월 경기 수원시 주관 스타트업 콘테스트 합격, 8월 도전K 스타트업 서울 지역 1위를 했다. 11월엔 중기부 주관 데모데이에서 1위를 해 투자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은퇴선수 지원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한국엔 제대로 된 은퇴 선수 진로 프로그램이 없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조언하고 있다.

“저랑 같이 운동했던 형들 혹은 다른 형들과 후배들이 찾아와서 은퇴 후 뭘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라고 한다. 1년, 2년 프로젝트를 만들어 대학원에 진학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대학원에 다니는 선수들 중 내 조언을 받은 선수가 많다.”

이렇게 조언하다보니 이 대표는 선수들 공부시키기에도 일가견이 생겼다.

“솔직히 운동선수 공부시키기 쉽지 않다. 선수들에게는 1부터 알려주면 안 된다. 마이너스 7부터라 생각하고 알려줘야 한다. 예를 들어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면 안 되고, 이런 게 있는 데 한번 봐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 주도적 학습을 못 받고 시키는 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선수들이 머리가 좋다. 하나하나 알려 주다보면 금세 어떻게 하는지 알고 열심히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도 생각해 낸다. 요즘 대학원 다니는 선수들에게 프레젠테이션 시키는데 논리 정연하면서 톡톡 튀게 한다. 그럴 땐 소름이 돋는다.”

사업은 잘 될까? 현장에서는 아직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도 투자자 등 미래가치를 보는 사람들에게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단다.

“요즘 트렌드도 도움은 되고 있다. (성)폭력이 문제가 되고 선수들에게도 개인화 자율화가 강조되고 있다. 또 문제가 발생할 때 신고를 해야 하니 선수들에게 스마트폰도 적극적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합숙도 못하게 한다. 이렇다보니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가둬두지 못하니 다른 방식의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게 됐고 우리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과거에도 이런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수기로 하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졌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된 현 시대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수요로도 이어지고 있단다.

“전국대회에서 1승도 못하던 팀이 우리 프로그램 지원을 받고 조 예선 통과를 넘어 16강, 8강까지 진출한 사례도 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땐 유럽, 남미 팀도 무너뜨리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형편없이 진다. 지도자 자실 문제, 스포츠 과학적 지도 등 관리 문제 등 축구 환경이 열악해서 나타난 현상이다. 스마트하게 효율적으로 훈련하고 관리하는 방법은 많다. 이렇게 축구환경 및 문화를 바꾸는 시도를 해야 한국축구도 좋아진다.”

이 대표는 사실 요즘은 사업 때문에 축구를 직접 즐기지는 못한다. 조기 축구, 주말 동호회 등에 나가야 하지만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초기 단계라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해 매일 새벽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한다. 하지만 20년 운동 본능은 살아 있다.

“시간 날 때마다 홈 트레이닝을 한다. 코어 근육 운동과 유연성 운동…. 요즘 유튜브에 혼자 할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이 많다. 이제 정보의 시대 아닌가. 우리 팀매니저 말고도 유튜부 등 다른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활용하면 좋겠다. 좋은 훈련 프로그램을 써야 자라나는 아이들이 성장한다.”

이 대표가 이렇게 축구 훈련법 및 관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싶기 때문.

“솔직히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축구인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축구를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런 시대가 아니다. 너무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데 활용을 안 한다. 이젠 제발 ‘나’만이 아닌 ‘우리’가 잘 되는 축구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특히 자라나는 세대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 대표는 현재 축구에 집중하고 있지만 다른 스포츠로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스포츠 IT의 중심에 서겠다. 스마트한 시대 스마트하게 운동해야 대한민국 스포츠가 발전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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