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한알Tech] <2>‘사람 눈’을 꼭 닮은 50mm 렌즈의 화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9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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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문과 출신들은 한 번쯤 공부해 보고 싶지만 좀처럼 엄두가 나질 않는 분야로 ‘Tech’를 손꼽는다. 관련 서적을 읽으면 “왠지 글이 그림처럼 보일 것 같다”고 공포를 느끼는 문과 출신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비슷한 처지인 김 기자가 용기 내어 직접 공부해 풀어쓰는 ‘Tech 입문서’를 연재한다. 알면 실생활에 유용한 여러 기술(기기)의 작동 원리, 활용법, 전망 등을 문과 취향으로 정리하겠다.》


○ 1화 리뷰,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손맛이 있다?”


“해명해보시지. 미스터 R!”

“미러리스 카메라도 손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잖아~(야유)”

한알Tech(한번쯤 알아보고 싶었던 Tech) 첫 화 기사 ‘DSLR, 그 달콤쌉싸름한 손맛의 정체’를 본 누리꾼 중 일부는 해박한 지식을 뽐내며 기자를 팩트 폭행했다. 가장 뼈아팠던 지적은 기자가 설명했던 눈맛과 손맛 등 과거에는 DSLR(디지털일안반사식) 카메라에서만 유일했던 촬영의 즐거움이 최근, 기술력의 급성장으로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쭈쭈) 김 기자. 침착하자고.”

미스터 R은 아이 달래듯 기자를 다독이며 해명하기 시작했다. 앞선 기사에 설명했듯이 첫 화의 초점은 ‘광학식 뷰파인더’였다.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함께한 카메라 애호가가 느끼는 향수의 원천이자 기자가 본 DSLR과 미러리스 카메라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일단 왜 꾼(?)들이 굳이 광학식 뷰파인더를 쓰는지, 곰곰이 되새겨봐. 아날로그 향수를 느끼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지만 그 외에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인 한계도 설명했지?”

“초점 잡는 속도가 빨라 움직이는 피사체를 추적해 찍는데 DSLR이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훨씬 뛰어나다, 뭐 이런 거?”

“그래 맞아. 그 외에도 역사가 짧은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의 특성상 렌즈군이 적다는 한계도 설명했어.”

미러리스 카메라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언젠가는 DSLR 카메라의 모든 면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력만 고려하면 앞서 기자와 미스터 R이 지적한 문제들을 미러리스가 DSLR 카메라를 완전히 ‘뛰어넘었다’고 보긴 어렵다. 결국, 현시점에서 DSLR을 써야만 하는 현장이 있고, 또 거기선 촬영자의 손맛이 결과물의 질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근데 누리꾼들 반응 중엔 스위블 액정(LCD 모니터 화면의 일종)에 터치 기능까지 넣어 눈맛, 손맛 다 좋아졌다고 하던데 이건 무슨 소릴까?”

※ 참고1. 누리꾼 댓글 캡쳐
※ 참고1. 누리꾼 댓글 캡쳐


회전이 가능한 스위블 액정
회전이 가능한 스위블 액정
위 아래 조절이 가능한 틸트 액정
위 아래 조절이 가능한 틸트 액정
“먼저 LCD 모니터 화면을 회전할 수 있는걸 ‘스위블 액정’이라고 해. 위아래로 액정의 각도를 조율할 수 있는걸 ‘틸트 액정’이라하고.”

“본 거 같아. 낮은 자세로 찍어야 할 땐 LCD 모니터를 하늘 쪽으로 회전시켜 찍기 편하게 하고….”

“그렇지. 그 말은 촬영 구도를 정하고 사진을 찍을 때 ‘보는 것’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소리이지. 김 기자의 표현대로 눈맛이 좋아졌다고 할까?”

“캬 주모~눈 맛, 히트어 되나요!”

“시끄럽고. 또 ‘터치 기능이 적용된다’는 지적은 아마도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에 초점이나 색감 조율 등을 LCD 모니터의 라이브뷰(Live view)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터치해 조절할 수 있고 그 정확도가 높아졌다는 말일 거야.”

“이건 그러면 촉감 즉, 손맛에 해당하는 말이겠군!”

“아마도 그런 얘기지 않을까? 꼭 손맛을 조리개, 초점링 등을 조절하는 것에 한정지어 정의내릴 필요는 없으니.”

최근에는 느려서 미러리스 카메라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던 ‘초점 잡는 속도’를 줄이는 신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니의 4D포커스와 하이브리드 위상차, 캐논의 듀얼픽셀 CMOS AF(Auto Focus) 등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적용된 미러리스 카메라는,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 카메라를 움직이면 LCD 모니터가 느릿느릿 초점을 잡아가던 지난 모델의 한계를 상당 부분 보완했다.

누리꾼의 의견처럼 얼마 안 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주역은 미러리스로 바뀌고, 손맛의 정의 또한 미러리스에 초점 맞춰 재정립될 수 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DSLR 카메라는, 아날로그 뉘앙스를 중시하는 미스터 R과 같은 소수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다.
○ 화각이라 쓰고 초점거리라 읽는다.

“렌즈가 클수록 화각이 넓은 거지?”

“흠. 김 기자의 눈 크기를 지금의 두 배로 늘렸다고 하자, 그러면 보이는 시야가 넓어질까?”

“질문으로 답변하기 있기? 쳇. 잘 모르겠지만, 왠지 똑같을 것 같아.”

화각(angle of view)은 카메라의 *시야각이다. 우리 눈 하나는 보통 45도, 둘 합쳐 90도를 고개 돌리지 않은 채 한 번에 살필 수 있다. 눈이야 골라 쓸 수 없지만, 카메라는 어떤 렌즈를 쓰느냐에 따라 화각을 달리 설정할 수 있다. 카알못(카메라를 잘 모르는) 기자가 보기엔 그 렌즈의 크기에 따라 화각이 달라질 것 같아 던진 질문이었다.

※ 참고2. 화각과 시야각
※ 참고2. 화각과 시야각


“화각을 결정하는 건 렌즈 크기가 아니라 초점 거리야. 보통 ‘○○mm 렌즈’ 이렇게 부르지?”
“그게 초점 거리였어?”

“맞아. 초점 거리는 초점이 잡히는 렌즈 내의 ‘제2주점(빛이 한데 모이는 곳)’과 이미지센서(CMOS) 사이의 거리야. 이 초점 거리가 짧으면 화각이 넓어지고, 길면 좁아지지.”

“‘화각∝ ¹/초점거리’ (반비례 관계), 이 소리란 말이지?”
※ 참고3. 초점 거리에 따른 화각
※ 참고3. 초점 거리에 따른 화각


초점 거리가 화각을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카메라 내부 이미지센서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도 화각은 달라진다.

하지만 집 건축에 비유하자면 렌즈의 초점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화각이라는 전체 건축물의 외관을 짓는 것이라면, 이미지센서 크기는 내부 인테리어를 바꾸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부 인테리어를 아무리 바꿔도 빌라를 아파트로 바꿀 순 없을 것이다.

※ 참고4. 렌즈 내부
※ 참고4. 렌즈 내부


“초점 거리는 위 그림에서 앞서 렌즈의 ‘제 2주점’이라고 말했던 ②와 ④ 사이의 길이라고 볼 수 있어”

“렌즈 내에서도 다양한 렌즈가 공존하고 있는 거구나.”

“그렇지. 렌즈는 단일한 렌즈 하나로 이뤄져있지 않아. 그 속에는 비구면렌즈, FLD 유리렌즈 등 각각의 역할을 담당하는 렌즈들로 구성돼 있지.”

“그렇다면 그냥 렌즈라 부를게 아니라 렌즈 군으로 부르는 게 더 정확하겠네.”

“뭐 따지고 보면. 어쨌든 ②에 해당하는 렌즈는 ①을 통해 수집한 빛의 초점을 잡아주고, 다시 ③을 거쳐 이미지센서(필름)④에 전달하는 역할을 해.”

“좀 더 구체적으로 렌즈 각각의 명칭과 역할분담이 어떻게 되는지 묻고 싶지만, 오늘은 그냥 참을게. 화각이란 분야의 빅피쳐(큰 그림)를 그리는 게 주목적이니.”

“고맙다고…해야 하나? 그건 따로 정리된 자료를 쭉 훑어보는 게 나을 거야.”

“잘 정리해 줘.”

“(무시) 다시 돌아가서. 초점 거리랑 화각은 반비례한다고 했지? 그 정도에 따라 망원, 광각 렌즈로 구분할 수 있어.”

위 참고 그림에서 렌즈 안에서 굴절된 빛이 모이는 지점을 ‘제1 주점(①)’이라고 한다. 이렇게 모인 빛이 촬상면(④, 필름 또는 이미지센서) 방면으로 재차 확산하는 지점을 ‘제2 주점(②)’. 제 2주점부터 촬상면까지의 거리가 초점 거리이다. 결과적으로 제 2주점과 촬상면 사이가 가까울수록 광각(화각이 큰), 멀수록 망원(화각이 좁음) 렌즈라고 볼 수 있다.
○ 망원 vs 광각

“그러면 화각이 넓은 렌즈가 좋은 거 아닌가?”

“김 기자 그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질문이야.”

“아니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 광고에 ‘화각이 넓다’라고 강조하는 문구가 많기에….”

“진화 단계상 광각 다음 망원 렌즈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각각의 촬영 환경에 따라 광각 렌즈가 필요할 때가 있고 망원 렌즈가 필요할 때가 있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 우선 초점 거리가 몇 이상부터 망원이고, 이하부터 광각인지.”

“일단 망원 광각을 구분하기 전에 먼저 알아둬야 할 게 있어.”

앞서 설명했듯 초점 거리 이외에도 이미지센서의 크기도 화각을 결정하는 변수다.

화각이 얼마인지 계산할 때 보통 이미지센서 크기를 특정 값으로 고정해 놓고 초점 거리를 논한다. 이 고정된 특정 값, 규격은 가로·세로 ‘36x24mm(3:2배율)’이다. 이 규격은 필름 카메라 시절, 35mm 카메라에 들어가던 촬상면(필름)의 크기다. 당시 가장 많이 쓰이던 카메라였고 익숙한 규격이었기에 디지털카메라 시대에도 표준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필름이 이미지센서로 바뀐 오늘날, 이 이미지센서의 표준 규격을 ‘풀 프레임(Full Frame)’이라고 한다. 이보다 규격이 작으면 화면이 잘려 보이게 되고 통상 이러한 센서를 ‘크롭 센서’라고 부른다. 지금부터 설명할 초점거리와 화각의 관계는 이미지센서의 규격이 ‘풀 프레임(36x24mm)’을 기준으로 한다.

“표준 화각은 사람의 눈으로 본 것과 비슷하게 원근감을 자연스럽게 표현해주는 화각이야.”

“그건 초점 거리가 얼마야?”

“40~60mm 가량이야. 이 보다 짧으면 광각, 길면 망원 화각(렌즈)이라 하지.”

“그러면 광각은 사람 눈이 보는 시야보다 넓은 영역을, 망원은 좁은 영역을 보여주겠네.”

“맞아. 그리고 광각은 넓은 영역을 보여주는 대신 그 안의 대상물이 좀 더 작아 보이겠지?”

“마치 얼굴 큰 친구 옆에서 셀카를 찍으면 자기 얼굴이 작아 보이는 착각을 주는 것처럼?”

“비유가 물이 올랐는데? 그렇게 되면 원근감이 왜곡되는 효과도 있어. 자동차 사이드 미러를 생각해봐! 거기에 적혀있는 문구가 있지?”

“사물이 보이는 것 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정답. 딱 광각 렌즈랑 비슷한 현상 때문이야. 상대적으로 큰 화면에 자동차가 작아 보이니 운전자에겐 실제보다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반대로 화각이 좁은 망원 렌즈는 사물간의 거리가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왜곡해 보여준다. 스포츠 중계방송을 보면 경기장과 선수들 간의 거리가 실제 보다 더 짧아 보이는 것도 망원 렌즈로 찍어서다. 방송으로 볼 땐 별로 커 보이지 않던 경기장과 필드가 실제로 가서 보면 생각보다 커 놀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광각 렌즈를 쓸 건지 망원 렌즈를 쓸건지 구분해야해.”

“잠깐, 질문 하나가 퍼뜩 떠올랐어. 애초에 내가 물은 게 렌즈 사이즈와 화각의 관계였잖아.”

“그렇지. 그래서 렌즈 사이즈가 아니라 초점거리가 중요하다고 답했고.”

“근데 보통 망원 렌즈는 크고, 광각 렌즈는 작은 것 같은데. 착각인가?”

“그건…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답변할 수밖에 없겠네.”

“뭔 소리야.”

망원경을 떠올리면 기다란 원통 하나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망원 렌즈이면 렌즈가 길고 커야만 할 것 같다. 초점 거리가 길어지려면 물리적으로 렌즈의 크기가 커지는 게 당연해 보일 수도 있지만 미스터 R은 실제, 지금 시중에 나온 렌즈 군을 살펴보면 장망원 렌즈를 제외한 일부 망원 렌즈 보다 큰 광각 렌즈를 목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완전한 비례관계(화각∝렌즈 크기)라고 보긴 힘들다는 말이다.

미스터 R에 따르면 초점 거리를 늘리거나 좁히는 데 필요한 렌즈 내부 최소한의 물리적 공간은 그리 크지 않다. 나머지는 주로 빛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한 부품이 들어가는 공간이다. 멀리 있는 대상을 찍으면 왜곡이 심해지니 이를 보정해줄 부속품이 늘어나긴 한다. 하지만 가까이에 있는 대상을 찍을 때도 좀 더 세밀하게 보정해줄 렌즈와 부속품들이 많다. 즉, 촬영자의 필요에 따라 광각 렌즈라고 해도 망원 보다 더 큰 크기의 렌즈가 필요할 때가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촬영자가 인물, 배경 등 화면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광각 렌즈를 쓸 건지 망원 렌즈를 쓸 건지 달라진다고 할 수 있어.”

“이제 큰 그림은 이해됐는데 혹시, 미스터 R이 촬영하면서 ‘이럴땐 광각, 이럴땐 망원’ 뭐 이렇게 노하우를 정리해 놓은게 있을까?”

“지금 그 말은, 정리 안 해놨어도 이참에 정리해 보란 소리지?”

“아니 뭐. 꼭 ‘그렇다’라고 말하긴 꺼려질 수 있지만, 그 비슷한 의미이지 않을까?”

“김 기자, 능구렁이네.”

다음 편에는 ‘디지털 카메라 회사의 생존전략’을 다루겠다.

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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