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조삼모사 통신서비스, 소비자가 원숭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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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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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 통신서비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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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보름이 지났네요. ‘갤럭시S3’가 17만 원이라니까 제 주위에서도 너도나도 갤럭시S3 열풍이 불었습니다. 지난달 말 스마트폰 가입자 3000만 명 시대가 열렸지만 통신사들은 곧 4000만 명 시대도 열어줄 기세입니다.

저는 이번 사태에서 갤럭시S3는 못 건졌지만 대신 실용적인 지식을 하나 얻었습니다. 몇 년째 주위에서 “넌 정보기술(IT) 기자라면서 언제 휴대전화 사는 게 좋은지도 모르느냐”는 핀잔을 들었는데, 이제 감을 잡았습니다.

우선 거리를 걷다 통신사 대리점을 보세요. 평소 다니던 거리에서 통신사 대리점이 갑자기 두 개 이상 생겼다면 돈이 풀리기 시작한 겁니다. 통신사 대리점은 적은 비용으로 쉽게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어서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하면 단기간에 늘어나거든요.

하지만 이때 바로 사면 안 됩니다. ‘보조금 전쟁이 불붙었다’는 뉴스를 기다리세요. 이게 주로 선제공격을 시작하는 KT나 LG유플러스가 나머지 두 곳을 상대로 선전포고했다는 소식입니다. 아직도 사면 안 됩니다. 진짜 ‘전면전’을 기다려야죠.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에 나서라”는 통신업계 관계자의 기고가 언론에 나올 때입니다. 사업자가 자기를 규제해 달라는 이 순간이 바로 전면전의 증거죠.

하지만 단 1주일 정도 신나게 팔리고 사라지는 ‘17만 원 갤럭시S3’를 손에 넣으려면 더 기다려야 합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SK텔레콤을 꼬집어 비판하는 뉴스와 함께 옵니다. 경쟁사들이 정부와 언론사에 “SK텔레콤이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붓는다”고 마구 제보하는 순간이거든요. 이 기간은 길어야 일주일, 짧게는 하루 이틀만에도 끝납니다. 경쟁사보다 가입자가 두 배 이상인 SK텔레콤은 보조금도 두 배 이상 쓰는데, 특히 단기간에 ‘콸콸콸’ 씁니다.

이때 ‘17만 원 갤럭시S3’가 나옵니다. 이런 기회는 단속도 피하고 월간 실적도 관리할 수 있는 주말, 월말에 주로 생깁니다.

허탈한 것은 전면전 이후 통신3사의 실적이 대부분 ‘제자리걸음’이란 사실입니다. 전쟁 비용은 누가 낼까요? 예, 17만 원에 갤럭시S3를 사지 못한 분들이 냅니다. 나는 운 좋게 이 가격에 갤럭시S3를 샀다? 값비싼 LTE 요금제에 가입하고 ‘행운’이라 생각하시는 여러분의 주머니에서 앞으로 벌어질 전쟁비용이 나갑니다. 나는 값싼 3세대(3G) 요금제만 이용하니까 괜찮다? 요새 3G 통화품질이 점점 나빠집니다. 통신사들은 과거 3G 데이터 사용자가 많아 속도가 안 나온다고 했는데, 사용자의 3분의 1이 LTE로 빠진 지금 속도는 더 엉망입니다. 돈 안 되는 3G 시설보다 LTE 시설부터 우선 관리하기 때문이죠. 2년 동안 쓰겠다고 충성서약을 한 여러분은 2년도 되기 전 ‘찬밥 손님’이 되셨습니다.

통신사 여러분. 소비자는 원숭이가 아닙니다. 혹시 도토리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 주다가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 준다고 소비자가 기뻐할 거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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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통신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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