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장애-비장애인 함께 뛰면… 편견은 자연스레 허물어지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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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가를 만나다 <3>

《본보는 헬스케어 분야의 이슈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사회혁신 기업가들을 소개합니다. 베링거인겔하임, 아쇼카와 함께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한 헬스케어 혁신가를 만나다’를 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만들어진지 10년.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장애인 교육시설이 혐오시설로 취급되는 등 부끄러운 일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열린 패럴림픽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하나로 만들어 준 축제의 장이었다. 선수들이 보여준 뜨거운 스포츠맨십은 사람들로 하여금 장애인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거두고 장애인을 편견과 동정의 대상이 아닌 우리의 이웃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스포츠가 만들어낸 또 다른 감동이다.

터키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있다. 한 사회 혁신가는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스포츠 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애청소년 스포츠클럽’ 설립자 셀랄 카라도간이 클럽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제공
’장애청소년 스포츠클럽’ 설립자 셀랄 카라도간이 클럽에 참여한 청소년들에게 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제공
셀랄 카라도간은 장애·비장애 청소년이 함께 어울리는 ‘장애청소년 스포츠클럽’을 개설한 터키의 사회 혁신가다. 그는 스포츠 활동으로 비장애청소년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장애청소년들은 능동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카라도간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는 개인적인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카라도간은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됐다. 하지만 장애에 굴하지 않고 휠체어 농구선수의 꿈을 이뤘다. 그는 유럽 선수권 대회에 출전할 정도의 실력가였지만 사회 일원으로 온전한 역할을 하는 데는 한계를 느꼈다. 터키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만연하고 복지수준도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의하면 2013년 기준 터키의 장애인복지지출은 GDP 대비 0.33%로 OECD 평균인 2.11%에 비해 약 6배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터키의 상황은 셀랄을 휠체어 농구 선수에서 장애인들의 사회적 차별과 무관심을 해결해가는 헬스케어 혁신가로 거듭나게 했다.

카라도간은 가장 먼저 변화가 필요한 대상으로 장애청소년을 떠올렸다. 터키의 장애인 차별 문화로 인해 장애청소년들은 자아실현이나 사회진출의 기회보다 배제와 좌절감을 먼저 경험해야 했다. 이들을 위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부분 단기 기부 캠페인이라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고 오히려 사회적 편견을 가중시켰다. 카라도간은 장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일회성 돕기 행사가 장애인은 가난하고 나약하다는 프레임을 씌워 활발한 사회 참여의 기회를 방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카라도간이 시작한 것은 본인의 경험을 십분 발휘한 ‘장애청소년 체육 교육’이다. 교육은 장애청소년들의 건강과 자긍심 고취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패럴림픽을 통해 전 세계가 경험한 것처럼 장애인의 스포츠맨십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 사회적 편견을 허무는 역할을 한다. 셀랄은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뛰면 더욱 빠르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카라도간은 2005년 장애청소년을 위한 작은 이벤트를 시작으로 점차 프로젝트를 확장해 몇 년 후 ‘장애청소년 스포츠클럽’을 설립했다. 장애청소년 스포츠클럽은 참여하는 모든 청소년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성공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매년 1500여 명의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교내 스포츠 활동부터 패럴림픽 프로 운동선수 훈련, 멘토링 프로그램, 외국어 교육 등에 참여한다. 클럽의 모든 프로그램은 장애·비장애 청소년, 어린이들이 함께 하며 클럽 구성원의 약 10%는 정신적·육체적 장애청소년으로 구성해 역할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장애청소년 스포츠클럽에서는 장애청소년이 비장애청소년의 운동 코치가 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돕는 역할로 고정하지 않음으로써 장애청소년은 자긍심과 능동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됐고 비장애청소년은 이해와 공감능력이 향상됐다. 모두가 편견 없이 함께 어울리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의 잠재력을 펼칠 기회도 됐다.

셀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공감능력, 사회성, 자신감이 높아지는 효과를 눈으로 확인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도 기대하고 있다. 실제 매년 클럽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매해 참가자 중 30%이상인 약 500명은 다양한 사회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30여 명은 직접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프로젝트를 설계, 시행하고 있다.

장애청소년 스포츠클럽은 개설 이래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현재는 터키의 가장 큰 청소년 단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터키 전역 110여 대학에 스포츠클럽을 개설해 더 많은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또 터키의 장애인 단체와 협력을 통해 청년 자원봉사자 육성과 능력개발 프로그램을 시행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이 프로젝트로 카라도간은 글로벌 메이킹 모어 헬스의 사회혁신가로 인정받아 2014년 메이킹 모어 헬스 펠로에 선정됐다. 이후 터키뿐 아니라 국제적 차원의 변화를 만들기 위한 전 세계 메이킹 모어 헬스 네트워크에 속해 펠로 간의 자원 교류를 진행하고 있고 각 분야의 리더, 투자자, 혁신기업가 등과의 교류를 통해 더 큰 파급력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제공받고 있다.

‘메이킹 모어 헬스’는 베링거인겔하임과 아쇼카의 글로벌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젝트다. 헬스케어 문제를 풀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가진 기업가를 발굴하고 지원해 더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4년부터 메이킹 모어 헬스 체인지메이커를 론칭해 공모전 형태의 사회혁신 기업가를 발굴·지원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메이킹 모어 헬스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헬스동아#의학#건강#메이킹모어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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