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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교수의 지도 읽어주는 여자]1분당 140번 격한 율동 ‘영혼의 섹스’ 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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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교수의 지도 읽어주는 여자]1분당 140번 격한 율동 ‘영혼의 섹스’ 별명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입력 2018-10-15 03:00수정 2018-10-15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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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세계를 홀린 ‘정열의 탱고’
탱고를 추는 남녀 무용수. 핀란드에서 탱고는 사우나, 가라오케와 함께 긴 겨울을 보내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시력을 잃은 퇴역 장교(알 파치노)가 여인과 탱고를 추는 장면은 애잔한 하이라이트다. 탱고는 1870년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남쪽 항구의 뒷골목에서 탄생했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은 탱고를 추며 향수를 달랬다. 탱고가 태동하던 시기, 춤출 여성이 부족한 때는 남성끼리 부둥켜안고 거칠게 추었다. 가난한 이주자들이 모이던 카페와 식당이 밀집된 ‘보카’ 부둣가와 이탈리아 출신 사업가가 주거지구로 개발해 고향 시칠리아의 지명을 붙인 ‘팔레르모’를 중심으로 탱고 클럽이 발달했다.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 역시 실험적 탱고 문화의 거점이다.

아프리카 흑인들이 들여온 음악 ‘칸돔베’의 경쾌한 리듬과 쿠바 선원의 애환이 담긴 무곡 ‘하바네라’, 아르헨티나 가우초(목동)들이 부르던 노래와 함께 독일 이민자들이 가져온 악기 ‘반도네온’의 슬픈 선율이 탱고에 녹아들었다. 아르헨티나 하류층의 오락거리였던 탱고는 대서양을 건너며 콘티넨털 탱고로 변신해 20세기 초 파리 상류층을 매혹시켰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번진 탱고 열풍은 ‘남미의 파리’로 불리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역수출돼 탱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탱고의 인기는 빈, 뮌헨, 리스본 등 유럽과 뉴욕, 포틀랜드,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도쿄, 상하이, 방콕, 뉴델리 등으로 확산됐다.

영국에서 ‘탱고 테라피’가 유행할 정도로 탱고는 치매 예방과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 ‘영혼의 섹스’로 불리는 탱고 율동은 1분당 140번으로,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낄 때의 심장 박동 수와 같다고 한다. 남유럽의 그리스, 이탈리아, 키프로스는 화려한 탱고 축제로 유명하다. 지중해 연안의 초호화 리조트에서 이어지는 탱고마라톤은 럭셔리 레저 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춥고 우울한 겨울을 녹이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핀란드의 탱고는 ‘비공식 애국가’로도 불린다.

탱고를 능숙하게 추려면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기에 ‘탕게로’(남성 탱고 댄서)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요즘 경제위기로 휘청거리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외국 여성 관광객에게 하룻밤 탱고 파트너가 돼주고 돈을 받는 ‘택시 댄서’가 성업 중이다. 하지만 정통 탱고를 계속 추다 보면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화되기도 한다. 밀롱가(탱고를 추는 공간)에서 여초 현상이 심해져 상대를 선택하는 권력이 남성에게 쏠리자 미주와 유럽에서 여성끼리 탱고를 추거나 파트너와 성 역할을 바꾸는 ‘양성평등 탱고’ 물결도 거세다.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아르헨티나와 함께 매일 탱고를 출 수 있는 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다. 실리콘밸리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남성 기술자들이 특히 탱고에 열광한다. 사내 탱고 동아리가 활성화된 구글에서 추진한 스마트폰 증강현실 프로젝트명이 탱고인 것도 우연이 아니다. 서울 역시 매일 탱고를 출 수 있는 ‘아시아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올랐다. 깊어가는 가을, 외로운 청춘들이 홍대 인근 밀롱가에서 탱고를 추며 삶의 무게를 견뎌낸다.
 
김이재 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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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여인의 향기#탕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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