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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이 뭐기에… 여기저기서 찰칵 번쩍 사진관이 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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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샷이 뭐기에… 여기저기서 찰칵 번쩍 사진관이 된 카페

김민 기자 , 임희윤 기자 입력 2019-04-08 03:00수정 2019-04-0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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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까talk]‘인스타그래머블’의 그늘
커피 잔 두 개만 놓아도 꽉 찰 만큼 작은 테이블. 게다가 한 모금 마시려면 모이 쪼는 닭처럼 고개를 숙여야 할 만큼 낮기까지 하다. 의자라고는 딱딱한 나무 벤치에 동그란 쿠션 하나. 구인서(가명·46) 씨는 회사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배된 명소라기에 찾아갔지만 허탈했다.

“손님이 많아 겨우 한 자리 잡고 앉았는데 실망했습니다. 겉보기에만 화려하더군요. 독특해 보이는 의자와 탁자는 이용하기에는 불편했어요. 카페란 편안하게 커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공간 아니었나요?”

SNS 사진에 최적화된 공간 구성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릴 만한가, 아닌가’가 공간 소비의 절대 기준이 되면서 일어난, 이른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의 역습이다.

“찰칵, 찰칵!”


5일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의 카페 골목에서는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한 블록에만 대여섯 곳의 예쁜 카페가 늘어선 이곳은 요즘 SNS에서 뜨겁다. 특이한 색채와 공간감이 넘쳐나는 카페, 입체적으로 디자인한 디저트를 향해 카메라 셔터가 쉴 새 없이 터졌다. 인스타그램에 수만 건 언급된 카페는 해외 관광객까지 몰리는 명소가 되는 등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는 카페들의 생명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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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래머블’은 공간뿐 아니라 카페의 중심 콘텐츠인 메뉴까지 장악하고 있다. ‘더티 커피’가 한 예다. 커피가 잔을 넘어 잔받침까지 흘러내린 모양새가 독특해 인기다. 디저트도 입체적 장식을 얹은 것을 선호한다. 초점은 미각보다 시각이다. 최근 유행한 ‘목욕탕 카페’는 말 그대로 옛 목욕탕을 리모델링한 카페다. 일부 점포에서는 음료 테이블 앞에 곰팡이 낀 타일과 수도꼭지가 그대로 보이기도 한다.

카페 주인들은 “젊은 고객들에게 알릴 창구가 인스타그램으로 일원화하면서 거기 맞게 꾸미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한다. 마포구의 공연장 겸 카페 ‘살롱 문보우’의 임대진 대표는 “인스타그램용 메뉴를 개발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면서도 “콘텐츠보다는 겉보기에 치중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식당가에서도 ‘인스타그래머블’은 트렌드가 아닌 필수다. 김하늘 라이스앤컴퍼니 대표(F&B 컨설턴트)는 “요즘 인기 있는 이자카야나 내추럴 와인바는 예약을 인스타그램으로만 받을 정도”라며 “요리사들이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의 맛을 음미하기보다 인증샷에만 집중하는 고객들 때문에 아쉬워하기도 한다”고 했다.

호텔에서는 인피니티 풀(바다나 하늘과 연결된 듯 테두리를 마감한 수영장)이 인기다. 수영장이지만 정작 수영을 하는 이들은 별로 없고 ‘셀카’ 촬영을 위해 수영장 가장자리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인스타그래머블’은 일부 미술 전시장도 포토존처럼 바꿨다. ‘사진발’에 초점을 맞춰 전시품과 공간을 기획한 탓에 ‘사진과 달라 실망스럽다’거나 ‘카메라 셔터 소리만 듣다 왔다’는 고객 불만이 이어지기도 한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는 “인스타그램에서는 말초신경을 단숨에 자극하는 ‘1초 게임’에 최적화한 이미지 전쟁이 벌어진다”며 “동선, 분위기, 향기, 서비스에 관한 정보가 배제된 채 특정 경향의 이미지로 설계된 공간에서는 제대로 된 경험을 바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민 kimmin@donga.com·임희윤 기자
#sns#인스타그래머블#공간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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