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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퀸, 눈물 터졌다” vs “어설픈 서사, 하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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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퀸, 눈물 터졌다” vs “어설픈 서사, 하품 나왔다”

임희윤 기자 , 김민 기자 입력 2018-11-12 03:00수정 2018-11-1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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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까talk]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100만명 돌파
40대 男-30대 女 기자의 극과극 리뷰
국내에서 150만 관객을 넘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개봉 전에는 단편적인 서사에 혹평이 쏟아졌지만 퀸이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의 향수를 자극해 전 세계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록 밴드 퀸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10월 31일 개봉)는 화제성과 별개로 평단과 대중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 ‘네이버 영화’ 기준 평점은 관람객이 9.55, 기자·평론가는 6.14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은 ‘걸작을 기대했다면 반드시 실망할 것’이라며 별 두세 개를 줬다. 그런가 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눈물범벅의 리뷰가 넘쳐나고 영국 싱글차트 100위권 내에 퀸이 30∼40년 전 발표한 곡이 세 곡이나 재진입했다. 엇갈리는 평가에도 ‘보헤미안…’은 파죽지세. 개봉 9일 만에 국내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겼다. ‘퀸 세대’라는 임희윤 기자(40대), ‘나도 퀸을 안다’는 김민 기자(30대)가 본 ‘보헤미안…’은 어떻게 달랐을까?

○ “은근슬쩍 넘어가” vs “꽤 살아있는 디테일”

▽임희윤=비판할 준비를 하고 봤는데 당황스러웠어. 보다가 울컥했다니까.

▽김민=퀸을 사랑하는데 이 영화를 좋아할 수 있다니! 같이 비판할 줄 알았는데 실망이야.


▽임=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아재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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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스토리가 엉망이야. 내가 생각한 프레디 머큐리를 망쳐 놨어. 머큐리가 제작자에게 오페라 아리아를 들려주며 “우리도 오페라를 하겠다”며 앨범 ‘A Night at the Opera’를 제안하는 장면을 봐. 전혀 안 와닿아. 이렇게 가볍게 앨범을 만들었을 리가 없어.

▽임=감정 과잉은 맞지만 필요한 장면이야. 머큐리가 오페라를 각별히 사랑했다는 건 사실이거든. 나중에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와 듀엣(1987년 ‘Barcelona’)을 한 것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했을 정도로.

▽김=최악은 노래 ‘Bohemian Rhapsody’를 여자친구와 누운 채로 피아노를 치다 작곡하는 장면이야. 가사의 철학적 의미나 과감한 실험성은 살리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갔어.

○ “일차원적 인물 묘사” vs “퀸 이미지 살린 것”

▽임=퀸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히트곡이 너무 많아 미안할 지경이지. 두 시간 안에 자세하게 담기엔 역부족이니까. 영화는 깊이는 없지만 퀸의 특징을 잘 알고 적소에 넣었어. 이를테면 음반 제작자가 ‘Bohemian Rhapsody’에 대해 “청년들이 머리 흔들며 따라 부를 만한 노래가 아니다”라고 어깃장 놓는 장면이 그래. 이 노래가 훗날 영화 ‘웨인즈 월드’의 차 안 헤드뱅잉 장면에 쓰여 폭발적 인기를 누린 것을 염두에 둔 유머 장치야.

▽김
=머큐리의 특별함을 하나도 살리지 못했어. 보수적 영국 사회에서 인도계이자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갖고도 성공한 인물인데. 후반부에서는 심지어 머큐리의 동성애가 밴드의 몰락을 이끈 것처럼 그렸잖아. 오해를 사기에 충분해.

▽임=1980년대에는 에이즈에 대한 무지와 공포가 엄청났어. 그런 분위기를 오히려 잘 반영했다고 생각해. 퀸은 천체물리학도 브라이언 메이(기타)와 ‘쇼 맨’ 머큐리의 영혼이 결합된 그룹이야. 사이버펑크 세대의 예술적 농담이지. 영화의 허술한 만듦새가 퀸의 과장된 맥시멀리즘과 이상하게 맞아떨어지기까지 한다니까.

○ “공연 영상이 나아” vs “상업영화의 영리한 선택”

▽임=소싯적 엘피판과 해설지, 잡지 활자를 보며 상상만 하던 퀸 멤버들이 눈앞의 커다란 스크린에서 움직이고 클로즈업되는 것만으로도 벅차더라.

▽김=그런 이유라면 차라리 공연 영상을 보는 게 낫지 않아? 2018년에 퀸을 재현한 영화라면 좀 달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임=시중에 나와 있는 콘서트 영상물에서 카메라는 3인칭이야. 영화 속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에서 2인칭처럼 바싹 달라붙는 카메라 앵글을 봐. 음반 녹음 장면에서는 굳이 릴 테이프가 돌아가는 모습을 계속 삽입함으로써 중장년층의 아날로그 향수를 영민하게 자극했어.

▽김=난 그런 향수가 없어서…. 마지막 20분이 그나마 좋았어. 하지만 ‘유튜브로 다 볼 수 있는데…’ 싶었어. 영화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 2년 뒤 에이즈 진단을 받았다고 하니 속은 기분마저 든다니까.

▽임=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도, 공익영화도 아니야. 상업영화이고 그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어. 빼어난 캐나다 공연 실황 영상물 ‘퀸 락 몬트리올’(2007년)이 국내에도 개봉하고 블루레이로도 나왔지만 대중은 잘 몰랐잖아. 음악 마니아들은 알음알음 보고 눈물을 흘린 작품인데. ‘보헤미안…’이 다소 유치한 건 인정해. 하지만 상업적 드라마가 있기에 퀸을 다시 조명 아래로 올려놨어. 요즘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퀸’으로 도배됐고. 이런 게 진짜 역주행이지. 그런데 ‘The Show Must Go On’이 흐를 때 자리를 뜨는 관객들은 아쉬웠어. 말년의 머큐리가 보드카 마시고 혼신의 힘으로 부른 곡이잖아. 퀸의 사실상 마지막 정규앨범의 마지막 트랙. 이 노래만 한 드라마가 어딨어.

▽김=그건 그래. 한편으로는 멤버들 중 메이와 로저 테일러(드럼)만이 영화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안정적으로, 프레디는 불안정한 사람으로 그렸다는 생각도 들어.

▽임=친구들의 수다 모임에서 자리 비우고 화장실 갈 때마다 불안하긴 해. 이 영화의 숨은 교훈일까. 아무쪼록 오래 살고 보자.
 
임희윤 imi@donga.com·김민 기자
#퀸#보헤미안 랩소디#머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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