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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성의 盤세기]경성의 밤무대 점령한 애상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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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성의 盤세기]경성의 밤무대 점령한 애상의 선율

김문성 국악평론가입력 2019-01-18 03:00수정 2019-01-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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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930년대 ‘탱고’와 첫 만남
국내 첫 탱고 가요음반으로 꼽히는 ‘애상의 탕고’ (1937년). 김문성 씨 제공

김문성 국악평론가
“허리를 착 재고 몸을 사내에게 내맡기고 선정적인 리듬 흐르는 대로 꿈을 꾸듯 스텝을 밟는 춤.”

소설가 유진오가 1938년 잡지 삼천리에 연재한 소설 ‘수난(受難)의 기록’에 묘사된 탱고의 모습입니다. 댄스홀 운영이 불법이던 일제강점기 경성의 한 댄스홀을 찾은 주인공의 눈에 비친 이 춤은 ‘독특한 에로틱한 포즈’ 그 자체였습니다. 집시풍의 러시아 민요 ‘검은 눈동자’를 배경으로 추는 이 춤에 대한 묘사가 사실상 한국에서의 탱고를 세밀하게 기록한 첫 자료였습니다.

1930년대 ‘땅고’라는 이름으로 경성의 댄스홀까지 점령한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빈민층 사이에서 시작돼 유럽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왈츠와 함께 경쟁하며 사교계를 주름잡았지만 남아있는 기록이 많지 않아 일제강점기 탱고 역사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어떤 음악을 배경으로 스텝을 밟았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우리나라 첫 탱고풍의 노래는 1936년 5월 오케 레코드에서 발표된 강남향의 ‘님사는 마을’입니다. 다소 느린 템포의 곡으로 탱고 리듬을 일부 사용한 가요입니다. 탱고를 위해 만든 첫 가요곡은 1937년 기린 레코드에서 발표한 ‘애상의 탕고’입니다. ‘생긋 웃고 돌아서는 새침한 레떼 허물없는 젊은 마음 불을 지핀다’는 가사는 김상화가 지었으며 이기영이 작곡하고, 반짝 활동한 탓에 얼굴 없는 가수가 되어 버린 양춘수가 부른 노래인데요. 하지만 생각만큼 유행하지는 못했습니다.

탱고음악이 대중성을 갖게 된 시기는 국민가수 현인이 부른 불후의 명곡 ‘서울야곡’이 발표된 1950년 즈음부터였습니다. 탱고 같은 외국곡이 아니면 노래하지 않겠다는 고집으로도 유명한 현인은 부산 영도 태생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나이트클럽에서 ‘서울야곡’을 불러 밤무대의 황제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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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서울야곡’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되었으나 묻혀 있던 탱고곡이 있습니다. 현인의 고향 부산 영도에 위치한 코로나 레코드에서 발매된 ‘울어라 F선’인데요. “이 도시서 저 도시로 사랑해서 살아가는”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동백아가씨를 만든 천재 작곡가 백영호의 초기 작품으로 지금껏 공개된 적 없는 노래입니다. 작사가 야인초가 가사를 쓰고 이성일이 부른 ‘울어라 F선’은 ‘서울야곡’만큼의 관심과 주목은 받지 못했지만 1940년대 말 부산 지역에서도 이미 탱고가 주류 음악으로 자리 잡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김문성 국악평론가




#1930년대 탱고#애상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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