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튀김옷 입은 ‘덴푸라’… 선선한 가을의 별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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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시카츠쿠시엔의 모듬 튀김꼬치. 이윤화 씨 제공
쿠시카츠쿠시엔의 모듬 튀김꼬치. 이윤화 씨 제공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튀김 음식이 없는 나라는 없다. 중국의 탕수육이나 영국의 피시앤드칩스, 한국의 치킨 등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상당수가 튀김 음식이다. 고기나 생선에 반죽이 입혀진 채 뜨거운 기름 속에 들어갔다 나오는 순간 식욕을 자극하는 튀김으로 둔갑한다. 옛날 기름이 귀한 시대에는 사치품이었겠지만 현대에는 단체급식에서 고칼로리나 대중 만족감을 높이는 만만한 조리법으로 전락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런데 일본의 튀김 음식은 수준 높은 고급에서 일반적인 시장 음식까지 다양하게 공존하는 것이 인상 깊다.

일본 여행을 다니던 초기에는 스시나 사시미만 탐닉하다 덴푸라에 눈을 뜬 것은 일정 시간이 흐른 뒤였다. 까짓 튀김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어릴 적에는 덴푸라가 엄마가 말하는 어묵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 전문 덴푸라 식당에 가보니 고급 스시집처럼 카운터에 둘러앉아 셰프가 즉석에서 튀겨 주는 튀김을 하나씩 즐기는 것이 아닌가. 까다로운 식당은 식재료별로 상이한 적정 튀김 온도에 맞추기 위해 모르는 고객들과 시간을 맞춰 음식을 먹기 시작해야 한다는 규칙을 요구하는 곳도 있었다. 우연히 덴푸라 셰프를 알게 되면서 매일 아침 수산물시장에서 살아있는 새우, 장어를 사고 당일 예약한 손님에게 튀겨 주는 덴푸라 업무의 고된 하루를 알게 됐다.

회로 먹어도 손색없는 신선한 해산물이 얇은 튀김옷을 입고 뜨거운 튀김 솥에 들어갔다 나온다. 먹어 보면 밖은 바삭한 튀김의 맛이지만 안은 해물의 싱싱한 촉감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마치 쇠고기 스테이크를 살짝 굽는 레어(rare)로 주문한 것처럼 말이다. 셰프는 사계절의 덴푸라를 꼼꼼히 맛본다면 1년 동안의 해산물과 채소의 변화를 가장 잘 알 수 있다고 했다. 차가운 회로 먹는 것보다 뜨거운 열이 겉부분에 가해졌을 때 튀김옷 안 재료 본연의 맛이 더 잘 느껴지는 것이 신기한 일이다.

일본 덴푸라의 역사를 보면 서민의 길거리 음식부터 시작돼 발전과 연구를 거듭했기에 꼬치튀김의 저변이 무척 넓다. 고기와 생선은 말할 것도 없고 치즈나 초콜릿 쿠키까지 튀김의 종류가 다양하다.

국내 일식 튀김 식당도 무척 다양해지고 있다. 죽촌덴뿌라는 내 손으로 튀김꼬치를 반죽에서부터 기름에까지 넣으면서 지지지직 튀겨지는 소리까지 즐기는 즉석 셀프 튀김집이다, 쿠시카츠쿠시엔은 한 개 한 개 튀김꼬치를 골라 먹으며 늦은 밤에도 술 한잔이 가능한 튀김술집이다. 텐쇼는 셰프가 눈앞에서 튀김을 서비스하는 고급 코스형 덴푸라 식당이다.

선선한 바람에 얇은 겉옷 하나 더 걸쳐야 하는 이 계절에 튀김옷을 입은 덴푸라가 제격이다.

이윤화 레스토랑가이드 다이어리알 대표


○ 죽촌덴뿌라,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1길 11, 모듬스페셜 2만9000원.

○ 쿠시카츠쿠시엔,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5나길 18, 쿠시카츠오마카세 1만 원.

○ 텐쇼, 서울 강남구 언주로152길 15-6, 런치 코스 7만 원.
#튀김#덴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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