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윤 요리쌤의 오늘 뭐 먹지?]한입 바삭∼ 고소함이 퍼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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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어베이커리의 크루아상. 홍지윤 씨 제공
아우어베이커리의 크루아상. 홍지윤 씨 제공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출출하거나 허기질 때 가장 자극적인 향기는 무엇일까?

내게는 싸늘한 초겨울 공기를 타고 빵집에서 새어 나오는 갓 구운 빵 냄새다. 발효된 밀반죽이 버터와 만나 오븐 속에서 합체가 될 때의 유혹에는 굴복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밀가루와 버터, 달걀과 소금의 환상적 조합으로 후각을 절정에 이르게 하는 빵 중의 빵은 크루아상이 아닐까. 오븐에서 나와 열기를 잠시 고른 크루아상을 크게 한입 베어 물 때 바삭하게, 짭조름하게 그리고 고소하게 퍼지는 맛은 황홀지경이랄 수밖에….

크루아상은 어떻게 탄생된 것일까? 한 요리전문서(요리대사전·Larousse Gastronomique)는 1683년 오스만튀르크와 전쟁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되찾은 기념으로 승전국 오스트리아가 튀르크 군대를 상징하는 초승달 문양을 빵으로 만든 것이 그 시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강력했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의 영향력 때문에 생겨난 낭설이라는 주장도 있다. 18세기 후반 루이 16세와 결혼한 오스트리아 왕녀 마리 앙투아네트가 기술이 뛰어난 오스트리아의 제빵사들을 프랑스로 데려와 페이스트리를 만들었고 최초의 크루아상은 이때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페이스트리를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빈에서 온 빵)라고 통칭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연유가 어찌됐든 크루아상은 현재 오스트리아도 터키도 헝가리도 아닌 프랑스의 베이커리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다.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을 밀대로 밀어 마름모꼴로 만들고 그 한가운데에 차갑게 굳힌 버터 덩어리를 넣고 접은 뒤 다시 밀대로 미는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한다. 이 작업을 거치면서 반죽은 밀가루와 버터가 층층이 여러 겹의 켜를 만든다. 이 반죽을 고온에서 구우면 밀가루와 버터 사이의 층이 벌어져 바삭한 페이스트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푀이타주(feuilletage)라 부르는 기본 반죽은 부재료가 더해지고 모양이 변형돼 여러 종류의 페이스트리로 탄생한다. 아몬드크림을 더한 아몬드크루아상, 초콜릿을 넣은 팽드쇼콜라, 익힌 사과조림을 넣은 쇼송 오 폼, 1000장의 잎사귀를 뜻하는 밀푀유, 하트 모양의 팔미에 등이 그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크루아상의 겉면에 초콜릿을 듬뿍 입힌 진한 초코크루아상이 디저트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중에 으뜸은 바삭한 치감(齒感)과 버터의 고소함, 달콤한 듯 짭짤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구관이 명관인 오리지널 크루아상이다. 파리지앵들의 아침식사가 크루아상과 카페오레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홍지윤 쿠킹클래스 쉬포나드(chiffonade) 운영자 chiffonade@naver.com

○ 올드크로와상팩토리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29길 4-9. 크루아상 3500원, 다크팽드쇼콜라 4500원
○ 루엘드파리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18. 02-322-0939. 크루아상 3500원, 초코크루아상 4500원
○ 아우어베이커리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11. 02-545-5556. 더티초코 4300원, 누텔라바나나 4500원
#크루아상#프랑스 베이커리#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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