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매미만큼 짧게 살다간 ‘다양성 영화’에도 관심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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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매미는 우는 것이다.’ 안도현의 시 ‘사랑’ 중. 동아일보DB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매미는 우는 것이다.’ 안도현의 시 ‘사랑’ 중. 동아일보DB
장대비가 내리더니 더위도 한풀 꺾이는 걸까.

동네 공원에선 나름 성대한 이·취임식이 벌어졌다. 낮엔 아직도 짝을 못 찾은 매미의 목청이 구성지나, 해가 떨어진 뒤엔 귀뚜라미가 울어댄다. 늦건 이르건 계절은 길을 잃지 않는다.

매미는 자주, 인간에게 안쓰럽게 여겨진다. 5∼7년을 땅 밑에서 살다 바깥세상으로 나온 지 겨우 2주 만에 생을 마쳐서다. 심지어 17년 이상 흙 속에 머무는 종도 있단다. 일본만화 ‘은혼’에선 그 처연함을 이렇게 보듬는 대목이 나온다. “어쩌면 평생을 열심히 살았기에 주어진 ‘삶의 보너스 휴가’일지 모른다”고.

20일 영화계에선 ‘택시운전사’의 1000만 영화 등극 소식이 들려왔다. 2003년 ‘실미도’를 시작으로 한국영화 사상 15번째다. 우리 영화가 관객에게 사랑받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 다만 그때마다 매미만큼도 극장에서 버티지 못했던 수많은 작품들이 떠오른다. 한 송이 장미도 아름답지만, 흐드러진 안개꽃다발 역시 근사하건만. 떠나가는 매미와, 그 이상 위로받아 마땅한 ‘다양성 영화’에도 건배를.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매미#안도현#사랑#택시운전사#다양성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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