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배우는 떠나도 연기는 우리 곁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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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의 장민호 선생(앞). 동아일보DB
생전의 장민호 선생(앞). 동아일보DB
유명인의 부고를 알릴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살아생전 “연기는 사라짐의 미학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연극계 원로배우 장민호 선생(1924∼2012)이다.

그의 유작은 작고 1년 전,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의 개관작으로 오른 연극 ‘3월의 눈’이다. 아내 이순을 앞서 보낸 80대 노인 장오 역을 맡았던 그의 연기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무대 세트인 한옥 마루에 걸터앉아 그가 두 눈을 끔뻑거리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를 노년의 쓸쓸함이 진하게 전해졌다. 그저 장민호라는 배우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작품에 감정을 더했고, 울림도 더 컸다.

최근 고인을 다시 떠올린 건 배우 김영애의 부고 기사를 쓰던 날이었다. 장 선생을 떠나보낼 때만큼이나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다. 어쩌면 배우는 남의 인생에 ‘세’ 들어 사는 존재일지 모른다. 다양한 캐릭터로 여러 인생을 대변한다.

그래서일까. 배우가 세상을 떠나도 그들의 연기는 우리 곁에 잔향처럼 남아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연극계 원로배우 장민호 선생#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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