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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31〉땅의 기운이 느껴지는 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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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31〉땅의 기운이 느껴지는 죽순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입력 2018-04-02 03:00수정 2018-04-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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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초 잎을 곁들인 죽순밥.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대나무밭에 모자를 걸어둔 걸 잊고 다음 날 갔다면 찾지 못할 정도로 크는 대나무는 보통 하루 1m까지도 자란다. 쌀, 옥수수, 보리와 함께 잡초과에 속하며 일단 순이 나오면 급격히 성장 후 단단해지며 보통 10∼100년을 산다.

중국은 1000가지 대나무 사용법을 개발했다고 자부하는데 생활용품부터 악기, 음식, 포장 등으로 기여한 바 크다. 70여 종의 대나무 중 식용 가능한 것은 5종, 그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맹종죽이다. 중국 강남이 원산지이며 맹종죽이 3∼4월에, 파죽과 한죽이 5∼6월에 제철을 맞는다. 봄비가 시작되면 죽순 시즌도 시작된다.

일본 현존 최고(最古) 역사서 ‘고지키’에 처음 소개된 야채가 죽순이다. 순이 오르기 시작하면 10일 내로 수확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딱딱해진다. 산지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수확한 후 그날 팔 수 있을 만큼만 시장에 보내고 나머지는 당일 가공한다. 죽순은 통조림으로 만든 최초의 야채 가공식품이다.

맹종죽의 경우 통통한 종 모양의 밝은 갈색을 띠고 꼭지 부분은 노란 것이 부드럽다. 초록색을 띠는 죽순은 이미 햇빛을 본 것으로 클수록 쓴맛이 난다. 뿌리 부분은 밤색, 불그스름한 색이 약할수록 부드럽다.

교토는 대나무숲과 죽순 요리로 유명하다. 시즌이 되면 죽순 코스 요리로 봄을 알리는 축제가 열린다. 이때 쓰이는 죽순은 땅속에서 올라오기 직전 표면이 살짝 들려져 있는 상태에서 수확한 것을 주로 사용한다.

일본 만화 ‘맛의 달인’의 주인공은 최고 맛있는 죽순 요리는 자연 상태에서 불을 질러 타고 나면 땅속의 죽순을 파 먹은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는 죽순의 근처를 동그랗게 판 후 지푸라기로 불을 지펴 구워 먹는 방법이다. 껍질이 검게 타면 벗겨내고 얇게 썰어 간장과 산초 잎을 곁들여 먹는다. 부드럽고 즙이 흘러 마치 양갱같이 흐물거리는 느낌이다.

중국 요리에는 부드러운 순에서부터 좀 큰 것까지 다양하게 쓰인다. 대나무 통을 이용한 요리는 중국, 인도, 태국, 베트남의 전통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원래는 사냥 또는 밭일을 나갈 때 준비하는 도시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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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베트남에서는 찹쌀밥, 코코넛밀크에 설탕까지 첨가하기도 하고 생선과 레몬그라스를 같이 넣고 숯불에 구워 먹는다. 인도에서는 여러 가지 스파이스를 섞은 비리야니 소스를 이용한 밥 요리나 닭 요리가 인기 있다.

한국식 대통밥은 은은히 퍼지는 대나무 향이 일품이고 들깻가루를 넣어 무친 죽순나물도 빼놓을 수는 없다.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장기간 쪄낸 대통삼계탕에 대나무통술도 환상적이다.

일본 가정에서는 요즘도 봄이 되면 죽순이 시장에 나오길 기다린다. 죽순과 잘게 썬 미역을 다시 물에 넣고 끓이다 불을 줄여 조림으로 완성 후 산초 잎을 올려 낸다. 바다 냄새와 땅의 기운, 산의 향까지 섞여 봄의 향연이 입안 가득 펼쳐진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대나무#죽순#죽순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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