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윤창효]경운기도 대리운전 불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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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효
산에서 간벌 후 목재용 나무를 옮기던 인부가 눈을 크게 다쳤다. 실명할까 봐 걱정된다.

농촌과 산촌에서 안전사고는 치명적이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일반 차량 사고보다 농기계 교통사고가 7배 많다. 얼마 전 동네에 사는 육촌(六寸) 아저씨께서 경운기를 몰다가 깜박 하는 사이에 경운기가 넘어지면서 길 밖으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매일 다니는 길이었다. 다행히 평평한 논바닥에 떨어져 큰 변은 면했다. 경운기는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 아니어서 막걸리를 한잔 걸친 후 운전하다가 화근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일부 농촌 경찰서에서는 아예 경운기 대리운전까지 자청하고 나섰다고 한다.

산에서 일을 하다 점심 때 도시락을 먹으며 막걸리를 한잔 걸친 후 산에서 낮잠을 자는 것은 최고의 힐링이자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딱 한잔’으로 끝내야 한다. 몇 잔 더 곁들이다가는 각종 안전사고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산에서 하는 작업은 땅이 경사지고 위험한 장비를 가지고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잠깐 한눈을 팔거나 방심하면 아무리 손에 익은 일이라도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벌목할 때는 무시무시한 동력의 엔진 톱을 사용한다. 긴장하지 않으면 톱이 튕겨나가 베이거나 찔리는 사고가 나기도 한다.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맞거나 구르는 나무에 깔릴 위험도 크다. 그래서 벌목 작업을 할 때는 안전화 안전모 등 보호장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걸쳐 있는 나무 아래서 작업을 하거나 그 나무를 건드려서도 안 된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특히 경력이 많은 작업자일수록 작업 매뉴얼을 잘 지키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젊은 작업자들보다 이들에게 안전의식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한 듯하다.

지난 간벌 작업 때 일이다. 작업자들을 위해 간식을 전해 주려고 쓰러져 있는 나무를 밟고 작업장에 접근하다 넘어졌다. 넘어져 있는 나뭇가지에 정강이 부분을 찔렸는데 한 달 이상 고생했다. 이런 작업장에서는 쓰러지는 나무에 동물들이 맞아 죽는 경우도 더러 있다. 오소리가 맞아 죽은 적이 있는데, 작업자는 오소리 간이 웅담만큼 약효가 있다며 횡재했다고 좋아했지만 사람이 맞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산에서 하는 일이 험하다 보니 돈벌이는 좋은 편이다. 어떤 포클레인 기사가 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아내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작업자의 부인이 돈을 많이 쓰고 다녔는데, 우연히 작업 현장에 와서 남편이 위험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난 이후 돈을 함부로 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45도 이상의 경사에서 포클레인을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연습 없는 서커스 공연을 보는 듯하다.

이처럼 산에서 하는 작업은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전교육을 정기화하는 동시에 벌목 및 목재 수집 장비가 산림 선진국처럼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의 지원 사업으로 필자의 산에서 작업을 하다 눈을 크게 다쳐 실명의 위기에 처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남은 수술이 잘돼 빨리 회복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윤창효
 
※필자는 서울에서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하다 현재 경남 거창을 오가며 산나물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농촌 안전사고#농기계 교통사고#경운기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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