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머리에 똥만 찼나” 폭언…간호계 악습 ‘태움 문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2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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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에 똥만 찼나”

#2.
1년 차 간호사 A 씨(24·여)는 병원에 있는 동안은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이다.
직속 선배는 A 씨의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잡아 “너 머리 안 좋니”
라며 폭언을 퍼붓다가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3.
퇴근시간이 벌써 지났지만 A 씨는 아무 말도 못한 채
선배 뒤만 졸졸 따라다녀야 했다.

새벽별을 보고 출근해 결국 달빛을 보며 퇴근한 A 씨
“가끔 출근하다가 차에 치여 입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쉴 수 있으니까”

#4.
설 연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학병원 간호사 B 씨(28·여)가
선배로부터 지속적으로 ‘태움(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간호사협회 설문조사 결과 가장 흔한 태움의 유형은 고함과 폭언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그래픽)

#5.
폭언과 폭행은 주로 근무 교대시간에 벌어진다.
직속 선배(프리셉터)와 단둘이 대면하는 시간에 교육이란 미명 아래 각종 질책이 쏟아지는 것이다.

환자 앞에서 선배로부터 “머리에 똥만 찼냐”는 폭언을 듣기도 하고, 서류판으로 머리를 맞기도 했다.

#6.
선배의 시범을 한 번에 정확하게 따라하지 못했다고 질책하는 등 꼬투리 잡기식 교육이 주를 이룬다.
새 간호사가 들어와야 기존 간호사가 ‘태움 타깃’에서 벗어난다는 말도 나온다.

한 원로 간호사는 “최소한 50년 전부터 현장에서 태움이라는 단어가 쓰였다”고 말했다.

#7.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다.
수간호사나 간호부장 등은 “신입 땐 누구나 혼나기 마련이고 못 버티면 그만 두는 게 낫다”며 방관하는 일이 많다.

태움 탓에 이직했다는 소문이 돌면 “그 정도도 못 견디느냐”며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분위기가 있다.

#8.
간호계에선 기존 간호사가 많은 업무를 처리하면서 신입 교육까지 떠맡아야 하는 구조가 태움 악습을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프리셉터는 보통 한꺼번에 11-13명씩 자기 환자를 돌보면서 후배를 가르치고, 후배가 맡은 환자도 돌봐야한다.

신입이 업무를 빨리 익히지 못하면 그 책임은 프리셉터에게 돌아간다.

#9.
간호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교육을 전담하는 ‘교육 간호사’를 따로 두는 병원은 드물다.
건강보험 수가를 청구하거나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간호계에서는 교육 간호사를 따로 둘 수 있도록 수가를 신설하고, 태움 관련 신고 때 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태움 문화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8.2.21.(수)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
사진 출처l 동아일보DB·Pixabay· FLATICON
기획·제작l 유덕영 기자·김채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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