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로시니의 죽음과 ‘13일의 금요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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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3일. 많은 사람들이 불운을 연상하는 날짜죠. 13일의 금요일은 아닙니다만, ‘쫄깃 클래식감’ 코너는 화요일에 실리기 때문에 금요일만 기다렸다가는 13일의 금요일 얘기는 쓸 수 없죠. 그래서 오늘 그 얘기를 해보려 합니다.

13일의 금요일 얘기가 문헌에 처음 나오는 것은 1869년 영국의 헨리 에드워즈 서덜랜드가 쓴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1792∼1868·사진)의 전기로 알려졌습니다. 서덜랜드는 ‘로시니는 늘 금요일을 불운한 요일이라고 생각했고 13이라는 숫자도 불운하다며 피했다. 그러므로 그가 13일의 금요일에 죽은 일은 예사롭지 않다’고 책에 적었습니다. 이 책 때문에 사람들이 13일의 금요일을 피하기 시작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다른 기원을 찾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죽은 날만큼이나 로시니의 생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달 2월은 그가 태어나고 226년 되는 달이지만, 이달에 그가 태어난 날은 없습니다. 고개를 갸웃하시겠죠. 그가 태어난 날은 윤년인 1792년의 2월 29일이었습니다. 로시니는 아직 생일을 60차례도 지내지 않은 셈입니다. 후년인 2020년 2월 29일에야 그의 ‘다음 번’ 생일이 돌아옵니다. ‘세비야의 이발사’를 비롯해 유쾌한 오페라를 여럿 작곡한 로시니답게 생일부터 유머 코드를 담은 것 같습니다.

생일과 서거일 얘기로 얘기를 풀어보았지만 로시니는 그 외에도 흥미로운 점이 많은 작곡가입니다. 전성기 그의 인기는 빈 시민들이 베토벤까지 잊게 만들 정도여서, 실망한 베토벤이 9번 교향곡 ‘합창’을 연고가 없는 베를린에서 초연하려 하기도 했습니다. 로시니는 음악사상 가장 부유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37세 때 ‘기욤 텔(윌리엄 텔)’을 발표한 뒤 남은 37년은 수입을 위한 작곡을 하지 않고 놀다시피 여유롭게 보냈습니다. 만년은 주로 파리에서 지냈는데, 맛집 탐구에도 정열을 불태워 오늘날에도 파리의 몇몇 식당에 ‘로시니 메뉴’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올해는 로시니가 세상을 떠난 지 150년 되는 해입니다. 서거일인 11월 13일을 전후해 그의 고향인 이탈리아 페사로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기념 콘서트가 열릴 예정입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13일의 금요일#조아키노 로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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