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네덜란드 작곡가 바헤나르의 재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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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작곡가 요한 바헤나르. 동아일보DB
네덜란드 작곡가 요한 바헤나르. 동아일보DB
‘말괄량이 길들이기 서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서곡’….

음악 애호가들 대부분은 들어보지 못한 곡목일 것입니다. 그래도 유쾌하고 발랄한 멜로디가 펼쳐질 것 같지 않습니까. 네덜란드 작곡가 요한 바헤나르(1862∼1941)의 관현악 작품 제목들입니다. 아시다시피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성격이 대조적인 자매의 결혼 이야기를 다룬 셰익스피어의 희극이고,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코가 크다는 콤플렉스 탓에 사랑에 어려움을 겪었던 17세기 프랑스 작가죠.

바헤나르가 살았던 시대는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절정기였고 오케스트라로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던 시기였습니다. 오스트리아의 교향곡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독일의 관현악과 오페라 거장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핀란드의 잔 시벨리우스, 이탈리아의 오페라 대가 자코모 푸치니가 이 시기를 대표했죠. 이때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보였던 네덜란드 작곡계를 대표한 인물이 바헤나르였습니다. 성당 오르가니스트로 음악계에 입문해 나중에는 헤이그 왕립음악원 원장으로 제자들을 길러냈습니다.

그의 이름이 오늘날 자주 거론되지 않는 데는 작품에 뚜렷한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큰 이유로 꼽힙니다. 바헤나르는 독일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쓴 교향시들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슈트라우스는 바헤나르보다 두 살 아래였지만, 10대 시절부터 유럽을 대표하는 작곡 신동으로 영향력을 떨쳤습니다. 바헤나르의 서곡들을 처음 듣는 음악 팬들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초기 작품인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 일쑤입니다. 휘황하게 흐르는 현악, 조를 바꾸어 가며 헤매듯 흐르는 선율선이 영락없이 슈트라우스를 연상시킵니다. 그래도 이 곡들의 도취적인 매력은 슈트라우스의 작품들에 뒤지지 않습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2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안토니 헤르뮈스 지휘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서곡을 연주합니다. 2013년 경기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로테르담 필하모닉 연주회에서 야니크 네제세갱이 지휘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서곡을 재미있게 들은 음악 팬이라면 이번 연주곡들에도 기대를 거실 만할 듯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요한 바헤나르#말괄량이 길들이기 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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