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한류를 이끄는 학자들]<8> 앙드레 슈미드 토론토大 동아시아학과 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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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는 20세기 세계사의 압축판”

2008년 서울대 국제하계강좌에서 국내외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국 근현대사를 강의하고 있는 앙드레 슈미드 교수(서있는 사람). 서울대 제공
2008년 서울대 국제하계강좌에서 국내외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국 근현대사를 강의하고 있는 앙드레 슈미드 교수(서있는 사람). 서울대 제공
“세계의 모든 시민은 한국사를 공부함으로써 자신과 국가, 나아가 세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및 세계적 맥락에서 20세기 한국사를 연구하는 앙드레 슈미드 캐나다 토론토대 동아시아학과 교수(49). 그는 기자와 여러 차례 e메일을 주고받으며 한국 근현대사가 갖는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전 지구가 연결된 지금, 한국의 20세기는 세계사를 특징짓는 커다란 이슈들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식민지 경험, 민주주의로의 이행, 자본주의의 성장, 젠더 등의 이슈가 한국에서는 항상 민족주의적 관점과 함께 전개됐다는 게 흥미롭죠.”

슈미드 교수는 학부 시절부터 동아시아학을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사를 접했다. 당시 토론토대 대학원에 한국사 전공이 없어 중국사를 공부하면서도 한국 근현대사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해외 학계에서 비교사에 대해 논의할 때 한국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그는 안타까워했다. “해외 한국학이 발전하려면 우선 한국사를 흥미롭게 서술한 영문 서적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해외에 소개된 한국 관련 책 대부분은 대중에게 따분하게 느껴지거든요.”

슈미드 교수는 한국 민족주의의 기원과 개념, 상징 등을 풍부한 자료와 함께 서술한 책 ‘제국 그 사이의 한국 1895∼1919’를 2003년 미국에서 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한국의 ‘민족’ 개념이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일본과 청나라에 둘러싸인 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지식인들, 주로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전파된 것으로 분석했다. 광개토대왕비, 한글, 태극기, 백두산정계비 등이 민족의 대표적 상징물로 자리 잡으며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도 설명했다. 이 책은 2007년 한국과 일본에서 번역 출간됐다. 외국인 역사학자가 한국 민족주의의 복잡성과 모순점을 예리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출간 당시 화제가 됐다.

슈미드 교수의 논문은 때로 열띤 논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2000년 아시아학회(AAS)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근대 일본 역사기록학에서의 식민주의와 한국 문제’는 일본의 원로 사학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그는 이 논문에서 근대 일본사를 서술할 때 식민지 경영의 과거를 잊지 말고 일본의 식민주의적 관점을 재생산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길 제안했다.

최근 슈미드 교수는 연구영역을 북한 역사에까지 넓히고 있다. “한국사학자로서 우리가 잘 모르는 북한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북한 역사를 단순히 냉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날 때가 됐어요.”

그는 6·25전쟁 이후 북한의 재건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1953년부터 1960년대에 이르는 북한 현대사를 가정을 중심으로 연구하며 이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북한에서 출간된 그 시대의 자료들을 모으기 위해서다. 그는 “모스크바의 국립도서관이 북한에서 나온 간행물을 세계 최대 규모로 풍성하게 보유하고 있는데 활용은 잘 안 되고 있어 놀랐다”며 “한국의 사학자들과 사서들은 이 도서관으로 달려가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토론토대에서 한국 근대사, 동아시아 민족주의, 조선후기 역사, 6·25전쟁 등에 대해 강의하는 그는 내년부터 북한 역사도 가르칠 계획이다.

:: 앙드레 슈미드 교수 약력 ::

△1963년 미국에서 출생
△캐나다 토론토대 학사(역사학·동아시아학)
△토론토대 석사(중국사)
△미국 컬럼비아대 박사(동아시아 언어와 문화)
△1996년~현재 토론토대 동아시아학과 교수
△2003년 저서 ‘제국 그 사이의 한국 1895~1919’로 아시아 연구 연합회가 주는 ‘존 휘트니 홀 상’ 수상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한국학#한류#앙드레 슈미드#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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