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채식주의-동성애… 르네상스가 낳은 이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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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슨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름값은 얼마나 될까. 그의 작품으로 알려진 ‘살바토르 문디(구세주)’는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30만 달러(약 4978억9000만 원)에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에 팔렸다. 러시아의 억만장자이자 미술품 수집가인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가 소장하고 있던 이 작품은 세계 미술품 경매 역사상 최고가로 낙찰됐다.

이 작품은 1958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45파운드(약 7만 원)에 팔렸다. 당시에는 작자 미상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석 결과 다빈치의 작품으로 추정되자, 몸값이 수직상승했다. 다빈치의 이름값이 5000억 원 정도 되는 셈이다.

그의 명성은 예술 과학 건축 등 다방면에서 탁월한 창의성을 발휘한 그의 천재성에서 비롯됐다. 벤저민 프랭클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등 당대의 천재의 삶을 책으로 펴낸 베스트셀러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그를 놓칠 리 없다. 그는 다빈치가 남긴 노트와 작품, 문헌 등을 파고들어 올해 ‘레오나르도 다빈치’(사진)를 펴냈다.

아이작슨이 추적한 다빈치는 주어진 환경과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르네상스 시대’의 힙스터였다. 공증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주어진 삶의 경로를 따르지 않았다. 예술가, 과학자, 건축가 등 ‘르네상스맨’으로 살았다. 연하 남성을 사랑한 동성애자였으며 요리가 아니라 방생을 위해 새를 사는 채식주의자였다. 왼손잡이였고 약간은 산만한, 시대의 이단아였다.

아이작슨은 다빈치 창의성의 원천을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서 찾았다. 모나리자의 살아 있는 듯한 신비한 미소는 죽은 이의 신체를 방에 두고 사람의 운동능력과 근육 움직임 등 해부학을 공부했던 그의 과학자적 호기심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요즘 미국에서 한창 뜨고 있는 ‘스템(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을 르네상스 시대에 스스로 터득한 선구자였던 셈이다. 다빈치의 왕성한 호기심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이어졌다. 일을 벌여놓고 완성하지 못한 게 수두룩하다. 아이작슨은 그를 ‘미완성의 대가(master of the unfinished)’로 불렀다. 아이작슨의 다빈치는 24일 기준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 8주 연속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끝>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르네상스 시대#레오나르도 다빈치#살바토르 문디#호기심#미완성의 대가#master of the unfinish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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