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브랜드]Brand Talk/브랜드 찾는 남자가 어때서…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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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후배를 만난 40대 남성 A 씨. 상대방의 시계와 옷차림에 관심을 보입니다.

“오∼ 그 시계 엠포리오 알마니네. 얼마 전 새로운 디자인이 나왔더라.” “그 남방 브랜드도 좋지만 난 휴고 보스 스타일이 마음에 들던데.”

남자 후배는 “아, 네. 역시 잘 아시네요”라고 맞장구를 치면서도 속으로 한마디 합니다. ‘저 선배 게이 아냐?’

브랜드 취재를 하다가 문득 남자와 브랜드의 상관관계가 궁금해졌습니다. 굳이 브랜드의 성별을 가리자면 여성 쪽에 가깝다는 느낌 때문이죠. 패션 브랜드는 물론 휴대전화 같은 남녀 공용 아이템까지 여심(女心)을 공략하는 광고 일색입니다.

20, 30대 남성 직장인들에게 명품 브랜드는 아직 낯설고 멋쩍은 치장입니다. “남자가 뭐 그런 데 신경을 쓰느냐”는 반응이 돌아온다고 하는군요. 같은 연령대 여성들이 샤넬이나 구치, 페라가모 상품 한두 개씩 갖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과는 큰 차이입니다.

어느 모임에서 명품 지갑을 꺼내든 30대 회사원 B 씨. “그런 거 살 돈 있으면 술이나 더 사라” “네 여자 친구한테나 사 줘라”는 등의 ‘놀림’을 받았습니다. 20대 C 씨는 휴대전화에 루이비통 액세서리 줄을 달았다가 한 달간 비슷한 반응에 시달렸죠.

명품족 남성들은 “브랜드에 신경 쓰는 남자는 유별나다고 여기는 인식 때문에 스타일을 유지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잔뜩 빼 입은 남자는 별 주목을 못 끌지만 자신은 후줄근해도 동반 여성이 세련된 명품족이면 부러움의 시선이 쏠리는 걸 많은 남성이 느낀다고 하네요.

“난 술 안 먹어요. 남들이 음주가무에 돈 쓸 때 다른 방식으로 나에게 투자하는 거죠. 남성의 화장이나 브랜드 제품 구입을 다양한 자기표현의 하나로 받아들여 주면 안 될까요.” 직장에서 ‘워커홀릭’ 소리를 듣는 20대 명품족 D 씨의 바람입니다.

이정은 국제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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