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남성에게 告함 여·풍·당·당 …5집 발매한 보아

  • 입력 2005년 6월 24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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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집 음반 '걸스 온 톱'으로 1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가수 보아. '파워풀한 노래와 춤으로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5집 음반 '걸스 온 톱'으로 1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가수 보아. '파워풀한 노래와 춤으로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이 세상의 반, 그건 여자들이 만들 거야.’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가수 보아(20)의 손에는 진한 검은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손을 보는 순간 ‘아차’했다. 보아도 이제 어엿한 스무 살 숙녀!

23일 발매된 보아의 5집 음반 ‘걸스 온 톱(Girls on top)’은 바로 그녀가 바른 진한 검은색 매니큐어 같은 음반이다. 이 음반에서 그녀는 ‘여성들이여, 당당해지자’라며 세상 모든 여성들을 부추기고 있다. 2000년 15세의 나이로 데뷔해 가수생활 5년째인 그녀가 빨간색 매니큐어를 버리고 중성적인 검은색 매니큐어와 함께 나타난 것은 ‘소녀’에서 ‘어른’으로의 성장을 의미하는 걸까.

―1986년생. 이제 스무 살이죠. 더 이상 소녀가 싫은가요.

“그때그때 달라요. 하하. 어릴 때 데뷔해서 그런지 지금 제가 스무 살인지 실감이 안 나요. 그래도 감성은 풍부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꽃에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은 팬들한테 꽃을 받으면 집에 다 꽂아 놓죠.”

―타이틀 곡 ‘걸스 온 톱’은 ‘당당한 여성상’을 노래했다고 하는데 그동안 ‘소녀’ 이미지가 강해서 상당히 낯서네요.

“지난해 섹시 코드로 4집 ‘마이 네임’을 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저랑 섹시함과는 거리가 먼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에는 강한 여자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걸스 온 톱’은 남녀평등을 주장한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곡이죠. 안무에서도 남성과 싸우는 여성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제 춤을 보고 남자분들이 저 싫어하면 어쩌죠. 하하.”

‘모든 게 나에게 여자다운 것을 강요해’라고 시작하는 타이틀 곡 ‘걸스 온 톱’은 섬뜩하리만큼 파워풀하다. ‘모토’, ‘두 유 러브 미’ 등의 곡들도 한국을 넘어 세상 모든 여성들에게 고(告)하고도 충분히 남을 힘을 가졌다.

―가수이기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 차별받아본 적이 있나요.

“특별히 차별받아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TV에서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 남자는 여자에게 자기만 바라보라고 요구하고 자기는 다른 여자랑 바람을 피우더라고요.”

―음반에서 여성들에게 당당하라고 외치고 있는데 그렇다면 스스로는 이번 음반에 대해 얼마나 당당하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고집이 좀 있는 여자거든요. 하하. 이번 음반 타이틀곡을 제가 정했어요. 또 13곡 중 3곡이나 작사했죠. 노래, 안무, 의상 등 제 입김이 들어가지 않은 데가 없어요.”

시종일관 당당한 이미지인 5집 음반은 그러나 마지막 곡 ‘가을편지’에서 반전을 맞는다. 강원 강릉시 오죽헌에서 그녀는 한복을 입고 단아한 목소리로 50초 동안 대선배 김민기의 노래를 리메이크했다. ‘당당한 현대 여인상’과 ‘한국 여인상’의 함수 관계 속에서 그녀는 나직한 목소리로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소녀 보아, 안녕∼.’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보아 앨범에 담긴 여성성
한국 발매 정규 앨범여성성 지수(별 5개 만점)앨범에 담긴 여성성
1집 ‘ID peace B’(2000)★★★‘15세 여자가수의 탄생’을 알린 보아의 데뷔 앨범. 특히 파워풀한 춤으로 무대를 압도했던 데뷔곡 ‘ID peace B’는 “꼬마 숙녀도 저렇게 춤을 출 수 있구나”라는 충격을 줌. 후속곡 ‘사라’, ‘비밀일기’ 등에 교복 입은 10대 여중생의 이미지를 담아냄.
2집 ‘No.1’(2002)★★‘No.1’, ‘마이 스위티’ 등의 히트로 보아의 전성기를 알린 앨범이지만 전반적으로 여성성은 1집에 비해 부족.
3집 ‘아틀란티스 소녀’(2003)★★★‘잘 놀고 잘 뛰어다니는 소녀’ 이미지를 담아냄. 발랄한 타이틀 곡 ‘아틀란티스 소녀’는 산 속에 사는 근심 걱정 없는 한 소녀의 이미지 담음.
4집 ‘My name’(2004)★★★☆타이틀곡 ‘마이 네임’은 ‘여성’으로 바라봐주길 바라는 일종의 선전포고. 독한 향수 같은 노래 분위기뿐만 아니라 번들거리는 화장, 섹시미를 풍긴 골반춤까지, ‘여자아이’에서 ‘여성’으로 세상에 다시 태어남을 고(告)한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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