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딥포커스]‘고노 외상’ 우려 시선에 아베 “아버지와는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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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내각 신임 외상 고노 다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8월 3일 단행한 개각에서 ‘의외의 인물’로 꼽힌 고노 다로(河野太郞·사진) 신임 외상은 올해 54세의 7선 의원이다.

그에게는 아버지의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1993년 군위안부 존재를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의 주역인 부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의 중량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부친은 관방장관, 외상, 자민당 총재, 중의원 의장 등 총리를 제외한 정계의 굵직한 자리를 섭렵한 자민당의 정통 주류이자 호헌파의 거두다.

대중적으로는 2002년 아버지가 C형간염으로 쓰러지자 자신의 간을 떼어주는 수술을 한 효자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는 이런 칭찬에 대해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 오히려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평소 ‘할 말은 하는’ 스타일 때문에 자민당 내에서 ‘이단아’라 불려 왔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원전제로회’ 대표를 맡기도 했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등 자민당 노선과 차별화되는 정치 신조를 가진 것도 특징이다. 그가 자민당 행정개혁추진본부장을 맡았을 때는 각 부처에 ‘성역 없는 낭비 삭감’을 요구해 관료들로부터 “야당보다 무섭다”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이런 고노 외상이지만 최근 “아버지와 다르다”는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개각 다음 날인 4일자 ‘고노 쇼크’ 제하의 기사에서 “고노 다로가 외상을 해도 괜찮겠느냐”는 측근의 우려에 아베 총리는 “괜찮아. 그는 아버지하고는 달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아베 총리가 이렇게 자신하는 근거인 젊은 시절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2000년경 재선 의원이던 아베에게 초선 의원인 고노가 찾아와 “당신의 집단적 자위권론에 전면적으로 찬성한다. 언젠가 깃발을 올린다면 응원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아베 의원은 국회 등에서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동조자가 없던 시절이었다. 이후 아베 의원은 후배인 고노 의원을 주시했는데 위안부 문제에서도 아버지에게 동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심지어 아베 정권이 고노 담화를 뒤집을 비장의 카드로 고노 외상을 기용한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3일 그의 외상 기용 소식이 나오자마자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고노 외상에게 기대한다’는 반응들이 적잖게 들려왔지만 그는 아버지와 선을 긋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외상 임명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한일 위안부 합의가 착실하게 이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4일 기자회견에서는 “(한국과 중국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고노 요헤이의 아들이 외상이 된 것에 대해 기뻐해 주고 있다면 아버지에게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되지만, 고노 다로 외상으로서 각국에서 평가받도록 제대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그가 당분간 자신의 소신을 ‘봉인’하고 정권과 보조를 맞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고노 외상은 탈원전론자지만 2014년 터키 등에 대한 원자력협정 승인안 중의원 표결에서는 “여당이니까”라며 찬성표를 던졌고, 2015년 10월 행정개혁상으로 입각하자 탈원전을 제언한 블로그를 중단하는 등 소신을 접고 유연한 대처를 해왔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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