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배중 기자의 핫코너] 정민철 위원이 “류현진 완봉 의미 없다”고 한 속마음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0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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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애틀랜타의 경기가 끝나고 한국에서 경기 해설을 맡은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발언이 때 아닌 논란에 휘말렸다.

사진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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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이렇다. 이날 선발로 나선 류현진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던 7회초, 정 위원은 “7회가 류현진의 마지막 이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회말 다저스의 저스틴 터너가 3점 홈런을 치며 9-0으로 점수차를 크게 벌리자 “지금 상황에서 완투, 완봉은 의미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함께 경기를 해설하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그래도 완봉은 의미 있다”며 의견차를 보이기도 했다.

언뜻 류현진의 호투행진에 정 위원이 찬물을 뿌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에서는 정 위원의 발언(“완봉 의미 없다”)을 앞세워 논란을 부추겼다. 하지만 맥락을 이해했다면 정 위원의 발언 속에 류현진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겼음을 모르지 않았을 거다.

한국야구의 명실상부한 ‘레전드’이기도 한 정 위원은 류현진과 과거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은 절친한 사이다. 류현진이 괴물신인으로 활약하던 2006년 정 위원은 베테랑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고, 2007년 노익장을 과시해 12승을 거두며 그해 17승을 거둔 류현진 곁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2009시즌 후 정 위원이 현역에서 은퇴한 뒤에는 투수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이어갔다.

8일 류중일 LG 감독이 류현진 호투의 비결로 “결혼의 힘”을 꼽았는데, 그 ‘힘’을 불어넣어준 이도 정 위원이다. 정 위원이 류현진에게 지금의 아내 배지현 씨를 소개해준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류현진의 ‘흥(興·데뷔 및 메이저리그 진출)’ ‘망(亡·부상)’ ‘성(盛·결혼)’ 일련의 과정을 지켜봐온 이로서 누구보다 건강한 류현진을 오래보길 바라는 이도 정 위원이다. 이날 류현진이 투구 도중 두 차례 다리를 들었다 놓는 장면도 정 위원을 움찔하게 했을 터다.

경기 후 정 위원은 “사견을 방송에 그대로 얘기한 건 경솔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현진이가 완봉에 일희일비할 친구가 아니다. 과거 어깨, 허벅지 등 부상이 있었던 선수인 만큼 관리를 받으며 다음, 그 다음 경기에서 계속 호투를 이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완봉승은 역사에 남을만한 일이지만 완봉 투구 자체는 투수에게 위험부담이 크다. 집중적으로 던졌다 덕아웃에 들어가 쉬는 행위를 평소보다 많이 해야 하고 선발투수의 일반적인 한계투구 수(100개)를 넘기 일쑤다. 과부하의 여파로 다음 경기에서 전 경기에서만큼의 모습을 못 보여줄 확률도 높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공 128개로 노히트노런을 대기록을 세운 맥과이어(삼성)도 별도의 일정조정 없이 평소처럼 다음 경기에 나섰다가 5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완봉투구의 빛과 그림자인 셈이다.

하지만 정 위원의 애정 섞인 우려마저 덜어준 장본인은 류현진이었다. 영리하게 100구 이내 투구(93개)로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기 때문. 7이닝, 8이닝을 소화했던 직전 두 경기 투구 수(각각 105개, 107개)보다도 적었다.

사진 AP 뉴시스
사진 AP 뉴시스


후배 겸 제자가 세운 2170일 만의 의미 있는 기록을 두고 정 위원은 어린 아이처럼 ‘헤헤’ 웃었다. 이어서 “힘 빼고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 다양한 공을 꽂으며 애틀랜타 타자들을 ‘미쳐버리게’ 하는 모습은 과거 KBO리그를 호령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현진이는 주목받을수록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보다 여유를 부리는 성격이다. 올 시즌 개막전 선발로 낙점되는 등 팀 내에서 위상이 오르고 있는 만큼 부상만 없다면 이날 같은 호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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