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의 우당탕탕]〈11〉성공이란 무엇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뮤지컬을 제작할 때 일이다. 나에게는 오랫동안 준비한 기획안이 있었고 그 작품을 함께 만들어갈 투자자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선배의 도움으로 좋은 투자자를 만나 뮤지컬을 함께 제작하기로 했다. “뮤지컬은 일단 대본이 좋아야 합니다. 대본만 잘 나오면 절반은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대본에 공을 들여야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대본에 최대한 정성을 쏟았다. 그 결과 대본은 잘 나왔고 다음 스텝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뮤지컬은 음악이 제일 중요하다. 성공한 뮤지컬 봐라. 무조건 음악이 좋다”라는 말을 주변에서 했다. 그날부터 작곡가들을 만나러 다녔다. ‘이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곡가는 누굴까?’ 수많은 고민 끝에 창작 뮤지컬계에서 유명한 작곡가를 소개받아 작품을 함께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작곡가는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은 작곡도 중요하지만 음악감독이 정말 중요합니다. 좋은 곡이 나와도 노래가 작품에 녹아들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날부터 음악감독을 찾으러 다녔다. 역시 성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쉽게 되는 게 없고, 그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말이 또 들렸다. “혹시 연출은 정해졌어요?” “네? 아직….” “뮤지컬은 연출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본, 음악, 안무 이 모든 걸 무대 위에서 조화롭게 하는 게 연출의 역할이에요. 다른 게 다 완벽해도 연출이 제대로 연출을 못하면 꽝이에요.” 그날부터 연출을 찾아다녔고, 운 좋게도 꽤 괜찮은 연출을 만나 우리 작품을 함께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근데, 배우는 정해졌나요?” “네? 아직….” “뮤지컬은 배우가 중요합니다. 대본도 좋고, 음악도 좋은데 배우가 연기를 못하고 노래를 못하면 다 망하는 거예요. 관객은 대본, 음악, 연출 이런 거 모르거든요. 오직 배우를 통해서 느끼고, 배우를 통해서 감동을 받거든요.” 그래,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고, 그 재료로 정성을 다해 요리한다고 해도 맛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작품이 잘 나와도 홍보가 안 되면 관객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공연을 시작하기 전부터 정말 발품을 팔면서 공연을 알리고 다녔다. 드디어 막이 올랐고, 첫날부터 대박이 터졌다. 보는 사람마다 재미있다고 난리였고, 200석짜리 극장에 유료 관객이 매일 198명씩 들었다. 투자자와 나는 기뻐서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이 작가, 성공이야.” “대표님! 대성공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고생한 게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데 공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방송에서 신종플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관객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이건 누구도 얘기해주지 않았는데….’ 결국 그렇게 상처를 입은 작품은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막을 내려야 했다. 답답하고 억울했지만, 어쩌겠는가. 모두가 성공을 꿈꾸며 하나부터 백까지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내 마음대로 잡을 수 없는 게 성공이라는 럭비공인 것을.
 
이재국 방송작가 겸 콘텐츠 기획자
#뮤지컬#공연#성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