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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의 전쟁史]〈25〉리더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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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의 전쟁史]〈25〉리더의 자격

임용한 역사학자입력 2018-09-18 03:00수정 2018-09-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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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마지막 전투에서는 참패해서 군대를 모두 잃었다. 이런 이력에도 불구하고 카르타고의 한니발은 세기의 명장으로 존경을 받는다. 한니발 때문에 15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고통을 받았던 로마인들은 한니발이 죽은 뒤 그의 이름을 두려워하면서 존경했다. 로마인이 한니발을 존경한 진짜 이유는 그로 인해 로마가 깨어났기 때문이다. 한니발과 싸우면서 로마는 군의 전투력은 장비와 숫자가 아니라 훈련이 좌우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는 한니발의 전술을 수용하고 군대를 강하게 조련했다. 전쟁이 급박한데 훈련이 너무 길고 세다는 여론과 민원이 들썩여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리고 스키피오의 군대가 알제리의 자마에서 한니발을 섬멸하자 로마는 환호했다.

이후 로마는 직업군인제로 전환하고 장비를 개량하며 고난도의 훈련과 숙련이 필요한 전술과 편제를 채택했다. 이것이 로마의 영광을 낳는 바탕이 됐다. 군대가 아무리 훌륭해도 리더가 부실하면 강한 군대가 될 수 없다. 로마는 한니발에게 위대한 장군은 혈통이 아니라 자질과 단련, 자기 계발로 탄생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장교는 병사와 함께 있어야 하고 소대장부터 일선에서 전투를 경험하며 전술과 리더십을 배워야 했다. 혈통은 필요가 없는 것일까? 혈통보다 중요한 게 환경이다. 다만 환경이라고 좋고 나쁜 환경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주어진 환경을 이용하고 주어지지 않은 환경을 노력으로 보충하는 사람이 위대한 리더가 될 수 있다.

한니발과 스키피오 이후 로마에는 마리우스와 술라,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라는 명장이 연속해서 출현했다. 이들은 공평하게 절반은 명문 가문 출신이었고 나머지는 평민 출신이었다. 단, 술라와 카이사르는 같은 명문이라도 몰락, 파산 등의 이유로 평민과 교류했다. 결국 출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귀족과 평민 모두를 이해하고 통합된 에너지를 끌어내는 능력이 중요했다. 이런 사실을 로마는 배웠고 실천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아서 역사는 음모와 피로 얼룩졌다. 우리 사회도 순탄치 않은 단계로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 해피엔딩을 바랄 뿐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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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한니발#직업군인#스키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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