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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66〉팔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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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66〉팔페스트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입력 2018-12-05 03:00수정 2018-12-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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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로 번역되는 페스티벌은 일종의 잔치다. 예술은 물론이려니와 음식이나 꽃, 심지어 보석이나 전설까지도 페스티벌의 대상이다. 잔치에 흥겨움은 기본이어서 때로는 폭죽까지 동원돼 흥을 돋운다. 그런데 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슬픈 축제가 있다. ‘팔레스타인 문학 축제’가 그러하다. 줄여서 팔페스트.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축제들과 달리 팔페스트는 전 세계 작가들이 팔레스타인을 ‘찾아가는’ 축제다. 팔레스타인인들을 에워싸고 있는 8m 높이의 벽과 철조망, 검문소들이 축제를 그렇게 변질시켰다. 10분이면 될 거리를 몇 시간 걸려 오가야 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축제를 주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팔페스트에 참가한 작가들은 낮에는 고통의 현장을 둘러보고 밤에는 팔레스타인인들과 같이 시낭송과 토론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 걸핏하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제지당하기 일쑤지만, 그것을 통해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고 그들의 생지옥 같은 삶과 스토리를 세상에 알릴 수만 있다면 아무러면 어떤가. 스리랑카 출신의 미국 작가 루 프리먼은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고백한다. 그만이 아니라 참가자 모두가 그렇다. 그런데 정작 팔레스타인인들은 울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폭력과 정착민들이 쏟아내는 쓰레기와 욕설과 저주에 만성이 된 그들에게 눈물은 사치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현실이 너무 기가 막혀서다. 2017년에 출간된 ‘이것은 국경이 아니다’에 수록된 시와 에세이는 그 눈물들의 기록이다. 참가자들을 울먹이게 만드는 페스티벌이라니, 대단한 아이러니다. 그들은 왜 굳이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을 썼을까. 에드워드 사이드의 말대로,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을 틀어쥐는 ‘힘의 문화’를 예술가들이 연대하는 ‘문화의 힘’으로 맞받아치고 싶어서다. 몸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감금 상태인 팔레스타인인들을 위로하고 싶어서다. 그러니 팔페스트는 축제가 맞다. 따뜻한 축제.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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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축제#팔레스타인 문학 축제#팔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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