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최악의 상황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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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순간을 받아들이면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얻을 것만 있다.”
―데일 카네기, ‘절망은 없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자연의 제왕으로 불리는 사자와 호랑이는 고양잇과다. 같은 조상을 가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피부색은 완전히 다르다. 사자는 갈색인데 호랑이는 얼룩덜룩하다. 왜 그럴까? 아프리카에 사는 사자들은 비가 오지 않는 건기가 되면 삶이 궁색해진다. 초식동물들이 거의 다 떠나버리고 초원은 황무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먹잇감 찾는 것도 어렵지만 150kg이 넘는 덩치로 모처럼 찾은 기회에 접근하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다. 그래서 ‘장착’한 게 황무지와 같은 색깔의 갈색 피부다. 숲에 사는 호랑이는 겨울이 끝나갈 때쯤이 어려운 시기다. 나뭇잎들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 산만 한 덩치를 가려줄 게 없다. 더구나 마를 대로 마른 잎과 풀들은 조금만 건드려도 ‘바스락’ 소리를 내 다 된 밥을 날려버리기 일쑤다. 어렵게 찾은 기회를 놓치면 굶어야 하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때쯤 숲에 흔한 햇빛과 그늘, 그리고 낙엽들이 어우러져 얼룩덜룩해 보이는 풍경을 몸에 구현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자연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이렇듯 최악의 상황을 생존의 기본으로 하는 일이 흔하다. 중요하지 않아서 흔한 게 아니라 중요하기에 흔하다. 자연의 제왕조차 말이다.

자연에서만 그럴까? 인간관계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데일 카네기가 최악의 순간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 건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공한 이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 실패한 이들은 외면한다. ‘설마’와 ‘혹시나’ 하는 기대에 의존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건 힘들고 귀찮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사자와 호랑이는 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삶을 맞출까? 수많은 시간을 살아 보니 이게 가장 효과적인 까닭일 것이다. 성공하는 이들도 그럴 것이다. 힘 있게 사는 강력한 존재들은 어디서나 비슷하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데일 카네기#절망은 없다#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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