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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김종수 본부장 “노벨상요? 솔직히 좀 기대하긴 합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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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논설위원의 對話]김종수 본부장 “노벨상요? 솔직히 좀 기대하긴 합니다, 하하하”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19-05-06 03:00수정 2019-05-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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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관측 참여한 김종수 한국천문연구원 본부장
우주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우리 외에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까. 김종수 본부장은 2일 “문명이 발달한 외계인이 있다면 우리처럼 전파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 전파를 찾으려는 ‘세티(SETI) 프로젝트’가 수십 년째 계속되고 있다”며 “확률은 충분할 것 같은데 아쉽게도 아직 찾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10일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블랙홀(M87 은하) 관측사진이 공개되면서 과학계가 흥분에 휩싸였다. 혹자는 달 착륙에 비견될 정도의 업적이라고도 한다. 전 세계 과학자 200여 명이 참여한 이번 블랙홀 관측 프로젝트에는 한국천문연구원 김종수 전파천문본부장 등 국내 연구진 8명이 참여했다. 김 본부장은 국내 연구진을 선발하고 연구에 참여시킨 주역이다.》
 
칠레 아타카마사막에 있는 알마(ALMA) 전파망원경.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이진구 논설위원
―‘문송’합니다만 블랙홀 사진을 찍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요.

“그동안 우리가 영화나 책에서 본 블랙홀 모습은 전부 그림이나 그래픽이거든요. 이론을 바탕으로 한 상상도지요. 블랙홀은 중력이 아주 강해 빛도 빨아들이기 때문에 볼 수가 없어요. 그런 블랙홀을 관측이라는 부인할 수 없는 직접적인 증거를 통해 확인했다는 게 가장 큰 의의죠.”

―빛도 빨아들여서 볼 수 없는 블랙홀을 어떻게 찍은 겁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블랙홀을 찍은 게 아니고 ‘이벤트 호라이즌(Event Horizon)’을 찍은 거죠. 블랙홀은 볼 수가 없거든요.” (이벤트 호라이즌요?) “음… 블랙홀 주변은 바다의 소용돌이처럼 빛을 포함해 물질들이 회전을 하며 빨려 들어가는데, 아직 빨려 들어가지 않은 빛이 고리 모양으로 경계를 이룬 곳이죠. 이번에 관측된 것이 바로 이 ‘이벤트 호라이즌’이고, 블랙홀은 그 안에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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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호라이즌은 이번 블랙홀 관측 프로젝트 이름이기도 하다. 물리학에서는 ‘이벤트 호라이즌 안쪽=블랙홀’로 여긴다.

―빛도 중력에 의해 휘어지고 빨려 들어간다는 게 신기합니다.

“어떤 빛이 태양을 지나 우리에게 보일 때 태양 중력의 영향이 없다면 직선으로 움직이겠죠. 그런데 1919년 영국의 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이 개기일식 때 태양 너머에서 온 빛이 태양의 중력 때문에 휘는 것을 발견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런데 우주 전체로 보면 태양은 약한 중력에 속하기 때문에 블랙홀처럼 아주 극단적인 강한 중력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번에 확인된 거죠.”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영향을 받는다면, 정말 블랙홀을 통한 시간여행도 가능한 겁니까?) “아인슈타인이 빛의 속도로 여행하는 사람의 시간은 이곳에 있는 사람의 시간보다 천천히 간다고는 했지만 시간여행을 말한 건 아니거든요. 아직까지는 시간여행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혹시 상사하고 술 먹으면 시간이 안 가는 것도 그런 현상입니까?) “그건, 절대 아니죠. 하하하.”

※강한 중력에 의해 시공간이 휜다는 게 1915년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일반상대성이론이다. 이번에 관측된 M87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65억 배라고 한다.

―프로젝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습니까.

“이번 연구에 미국 스페인 칠레 멕시코 남극 등에 있는 8개 전파망원경이 사용됐습니다. 그중 하와이에 있는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 망원경(JCMT)을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 네 나라 주요 천문대가 모여 만든 동아시아관측소란 곳에서 운영을 하고 있지요. 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칠레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도 우리가 2014년부터 운영비를 내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관측소 책임자인 폴 호 박사가 프로젝트 얘기를 듣고 연구자들을 모으면서 제게 참여를 권유해 시작됐지요. 국내 연구진은 제가 모았고요.”

―이번에 사용된 전파망원경이 지구 규모라고 하던데요.

“망원경이 해상도를 높이려면 최대한 빛을 많이 받아야 해요. 천문대 망원경이 아주 큰 이유가 그 때문이고요. 그런데 이번에 관측한 M87 블랙홀은 지구에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아주 먼 곳에 있기 때문에 블랙홀을 관측할 정도로 해상도를 높이려면 지구 정도 크기의 망원경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큰 망원경을 만들 수는 없지요. 대신 그만 한 크기의 망원경처럼 효과를 내도록 장비를 운용한 게 이번 프로젝트입니다.” (8대로 어떻게 그런 효과를 낼 수 있습니까?) “쉽게 말하면… 지구가 자전을 하기 때문에 우주에서 보면 한 대의 전파망원경 위치는 궤적을 그리게 됩니다. 이렇게 8대의 전파망원경에서 장기간 수신한 정보를 다 모아 듬성듬성한 모자이크를 맞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사진처럼 촬영했다’가 아니라 ‘정보를 합성했다’가 더 맞는 표현일 겁니다. 전 지구에 흩어져 있는 8대의 망원경 연구자들과 정보를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이미지로 만들다 보니 연구자가 200여 명이나 참여하게 된 것이지요.”

―전파망원경을 서로 연결하는 게 어려운 일인가요.

“여러 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한다는 개념은 1974년에 나왔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크고 우수한 전파망원경이 별로 없었어요. JCMT도 1987년 운영을 시작했고요.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셰퍼드 돌먼 박사가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단장인데, 전 지구에 흩어져있는 망원경들을 다 섭외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지요. 7, 8년 전 미국 하와이, 애리조나, 멕시코에 있는 망원경 3개로 처음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지금처럼 블랙홀 이미지를 얻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러다 나중에 남극 망원경(SPT)과 칠레 망원경이 참여하면서 가능하게 됐지요. 특히 칠레 알마(ALMA) 망원경이 큰 역할을 했고요.”

―연구에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하하하.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고산병 대비는 좀 했지만….” (고산병요?) “칠레 알마 망원경이 해발 5000m에 있거든요. 3000m에 식당 숙소 같은 일종의 베이스캠프가 있는데 여기까지는 그래도 견딜 만하죠. 하지만 망원경 있는 곳까지 올라가려면 국내에서 고지대에 올라가도 이상 없는 상태인지 진단서를 떼 가야 하고, 현장에서도 혈압 측정 등 건강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못 올라가죠. 올라가는 날은 작은 산소통을 하나씩 주는데 4000m 정도부터는 계속 써야 해요. 올라가서는 달리기도 하면 안 되고요. 제 경우에는 머리가 좀 띵한 정도였지 별 문제는 없었어요. 하와이 맥스웰 망원경도 해발 4000m에 있지요.”

―전파망원경은 일반 망원경과 다를 것 같은데 높이에 영향을 받습니까.


“전파망원경은 습기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고지대일수록 습기가 적은데, 칠레 알마 전파망원경이 있는 아타카마사막이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지요.” (에베레스트산에 만들면 가장 좋지 않습니까?) “건설하기도 어렵지만 항상 유지 보수를 해야 하는데 누가 그 장비를 짊어지고 가나요? 하하하.”

―이번 블랙홀 관측이 노벨상감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런 말도 있긴 한데… 하하하. 이번 관측이 왜 과학적으로 중요하냐면, M87 블랙홀처럼 엄청나게 중력이 강한 곳에서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걸 증명했기 때문이죠. 블랙홀 이미지를 얻기까지의 국제적인 협력, 과정 등도 아주 의미 있는 일이고요. 블랙홀과 블랙홀이 충돌할 때 나오는 파장을 관측해 블랙홀의 존재를 실증한 연구는 노벨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좀 조심스럽지만 노벨상을 받을 만도 하다고 생각하고… 기대도 좀… 있지요.”

※2017년 라이너 바이스 미국 MIT 명예교수, 배리 배리시와 킵 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명예교수 3인이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해 발생한 중력파를 관측해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은 사람이 킵 손 교수다.

―우주과학 분야가 참 매력 있는 분야인 것 같은데 우리 교육과정에서는 별로 가르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너무 어렵기도 하고….

“우주에 관한 책으로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가 가장 유명한데 두 가지 기록을 갖고 있지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장한 우주과학 책이라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안 가는 책이라는…. 하하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상대적으로 잘 풀어 쓴 책이죠. 그 책을 번역한 홍승수 교수님이 제 지도교수셨는데 얼마 전 뵀더니 그 책 인세가 치료비를 도와주고 있다고 웃으며 말하시더라고요.” (우주가 대폭발로 만들어졌다면 그 대폭발은 어디서 발생한 겁니까?) “모르지요. 하하하. 단지 대폭발(빅뱅)이론을 만들게 된 관측 증거는 있는데… 지구에서 보면 다른 은하들이 빠른 속도로 멀어져가고 있거든요. 우주가 이렇게 팽창하는 이유는 뭔가 최초의 폭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거죠. 최초 폭발 지점은… 찾고는 싶지만 못 찾으니까. 그거 찾으면 진짜 노벨상이겠죠. 하하하.”

※1988년 출판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는 9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코스모스’를 번역한 홍승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는 지난달 15일 별세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뭔지는 모르겠는데 엄청나게 똑똑해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블랙홀#이벤트 호라이즌#블랙홀 관측 프로젝트#m87 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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