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웅의 SNS민심]한국도 일본도, 고령운전자 사고 ‘골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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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고령운전자 사고에 대한 관심이 최근 급증했다. 온라인에서 ‘고령운전’에 대한 2월 검색 추이를 보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올 2월 12일 96세 운전자가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주차장 입구를 들이받은 후 후진하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100세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이 98세의 나이로 운전하다가 충돌사고를 낸 후 운전면허를 반납한 사건도 있었다.

온라인 블로그와 카페에서 고령운전의 연관어들을 살펴보면 단연 ‘교통사고’가 1위다.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는 이번처럼 조명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미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고령운전자들은 ‘건강’하고 ‘안전운전’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는 내용이 많다. 하지만 실제 연구 결과는 돌발상황에서 인지능력과 민첩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의 제동거리가 30∼50대 운전자의 2배 정도다.


사회적으로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고령자의 운전면허와 관련해 ‘교육’과 ‘관리’가 필요하고 고령자의 운전이 ‘위험’하며 ‘걱정’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령 택시 운전사가 많아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연관어에 ‘일본’이 나오는데 일본에서는 고령운전이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일본의 많은 고령운전자들은 평생 사고를 내지 않고 운전했다는 자신감이 높아서 직접 운전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에서 75세 이상 노인이 일으킨 교통사고는 최근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경찰청에 따르면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많아지고 있다. 2014년 2만275건이었지만 지난해 1∼11월 발생건수가 2만7260건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고령운전을 막을 순 없는 일이다. 고령사회에서 노인들이 일하기 위해서는 운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고령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 이에 따라 본인의 판단, 가족의 권유, 운전면허 갱신 제도, 공적 기관에서의 상담 등을 통해 운전면허 자진 반납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다음으로 노인 친화적인 교통신호 및 안내간판 디자인도 서둘러야 한다. 고령운전자의 자동차에는 주행 중 장애물을 인식하고 제동하는 자동 브레이크 시스템을 의무 장착하게 하는 등의 제도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고령자의 자발적인 운전 자제를 유도하면서도 고령자들을 위한 교통안전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노인들을 단순히 비난의 대상으로만 치부하지 않고, 사회적 일원으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고령운전자#96세 운전자#운전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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