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한 번뿐인 인생, 스웨그해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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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Sultans of Swing’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 곡을 소개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노래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Dm(디마이너)으로 쿵다라다 작작, 이 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라시플랫도, 솔시플랫솔미, 레미레도∼(젠장, 해서 뭐해? 해도 안 될 텐데∼).’ 여기서 보편적 음계를 벗어난 시플랫은 체념 섞인 냉소죠.

다음 간주에서는 똑같은 푸념을 삼도화음으로(‘삐꾸’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쳐서) 심화시킨 후 ‘미레도, 미 미레, 솔라시플랫시?(그런데 왜 내가 윗세대의 잘못을 책임져야 해?)’라는 소심한 분노를 터뜨립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제게는 록음악의 역사를 바꿔 놓았다고 평가받는 기타 리프가 그렇게 들렸습니다.

레드 제플린이나 AC/DC의 “이 빌어먹을 세상을 다 바꿔버리자”는 고함이나, 영국 록밴드 다이어 스트레이츠 리더 마크 노플러의 “어두운 빗속에서 덜덜 떨다 우연히 들어간 술집의 엉성한 스윙 밴드에서 내 삶을 직시한다”는 주절거림이 제 마음을 대변해 준다고 느낄 때부터 제 삶이 주류에 속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노플러는 분노와 절망의 멜로디에 해학적 가사를 입힙니다. 로큰롤이나 디스코를 듣고 싶어 하는 아이들 앞에서 재즈, 낡아 빠진 ‘크레올(Creole)’을 연주합니다. 이 밴드가 성공할 가능성은 없죠.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을 ‘스윙 재즈의 제왕’이라 말합니다. ‘스웨그(Swag)’였을까요? 자학적 개그였을까요? 노플러는 노래에서 그들의 열정을 그려내고 있으니 전자라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이 시대의 아이들, 저의 아이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희망 없어 보이는, 부모와 같은 수준의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기에 무력해진. 당시의 노플러나 결국 사라져 갔을 ‘스윙의 제왕들’과 비슷한.

그리고 제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사용하실 수 있을까 싶어 적어봅니다.

1.스윙은 좋은 음악이란다. 아빤 스윙보단 포크와 로큰롤이 더 좋았고, 다행히 아빠가 살던 세상도 그런 걸 필요로 했어. 하지만 너희들의 세상은 무엇을 필요로 할지 모르겠구나. 옛 틀에 집착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결심했다면 아주 열심히 해야 해. 그래야 잘할 수 있으니까.

2.냉면을 먹을 때 계란 먼저 먹지 마. 냉면은 면과 육수 맛의 균형을 즐기기 위해서 먹는 거잖아? 과정이 중요해. 과정에 충실해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냉면이 싫으면 다른 것을 먹어.

3.인생의 일부에 대해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 하고 후회하지 마. 먼저 알았다고 해도 결국 끝은 스리쿠션, 나에게 가장 소중한 관계들과의 정립으로 끝난단다. 그러니 빨리 이겨도 결과는 같아. 그리고 너희들의 인생은 너희들이 살아야 하는 거야.

4.단 한 번 사는 인생, “우리가 최고야!”라는 스웨그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니? 스웨그를 할 수 있는 시기는 매우 짧단다. 젊은 시기의 스웨그는 죄악이 아니라 축복이야. 그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니까.

5.마지막으로 ‘우리(We)’를 잃지 마.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없으면 스윙도, 의미도 없는 거란다. 그리고 아빠에겐 내 생명보다 너희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 줘. 너희들도 너희의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사랑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다이어 스트레이츠#sultans of s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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