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132〉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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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 최계락(1930∼1970) 

양지바른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아가는야 나즉히
불러보는 것
“봄이야 오렴”
“봄이야 오렴”

어디라 바라보는
산마다 들판마다
흰 눈만 차거히
다가서는데
“봄은 언제사 오나”
“봄은 언제사 오나”

스치는 바람결에
손만 시리며
아가는야 그래도
기다리는 것
“봄이 오면은”
“봄이 오면은”


최계락 시인의 작품이다. 최계락이 누구지? 많은 분들이 낯선 시인의 이름이라 생각하실 것이다. 물론 이 시인이 이상이나 정지용만큼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미 우리들은 이 시인의 시를 잘 알고 있다.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라고 시작하는 동요를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꼬까신’이라는 동요인데 바로 이 동요 가사를 쓴 사람이 최계락 시인이다. 그의 시 ‘꼬까신’에 곡조를 붙여 만들어진 동요다.

우리는 마음이 괴로울 때 현자의 이야기를 찾아 듣거나 종교 말씀, 힐링 스토리를 찾아 읽으며 스스로를 다독이곤 하는데 동시를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시를 읽을 때에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깨끗해진다. 속상한 일이 있거나 마음이 힘들 때 동시를 읽으면 천진한 아이를 안고 있을 때처럼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최계락 시인의 작품은 깨끗함과 위안을 선사해주는 대표적인 예가 된다. 그가 전하는 많은 시 중에서도 ‘봄’이라는 작품은 딱 요맘때의 우리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골랐다.

이 시인은 유독 아가와 봄, 엄마와 별님에 대해서 많은 시를 썼다. 얼마나 선하고 착했던지 별명이 ‘수염 난 천사’였다고 한다. 착한 사람이 세상에 오래 남아, 별처럼 밝혀주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베풀며 살던 시인은 40년만 머물다 하늘나라로 떠났다. 동시는 아이들만 읽으라는 시가 아니다. 그를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착한 사람이 남긴 곱고 예쁜 시를 읽으면서 곱고 예쁘게 사는 법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민애 문학평론가
#최계락 시인#봄#동요 꼬까신#마음의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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